마리아 푸르셰 지음, 김주경 옮김 / 비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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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이나 난해했다. 날짜와 함께 등장하는 체온, 호흡수, 심박수와 혈압. 이런 내용들은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수시로 접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풀어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들. 남들이 보기에는 매력적이고, 탐낼만한 것들을 소유한 그들의 이야기는 글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깊이와 의미가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누군가는 이 소설이 지극히 쾌락을 좇는 외설적인 작품으로 볼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풀어내는 작품이라고 평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어떤가?

로르는 사회과학 교수로 두 딸과 남편 앙통이 있다. 성공한 여성인 그녀는 은행의 임원인 클레망을 심포지엄에서 마주한다. 클레망의 외모는 책 속의 묘사로 보기에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외모를 가졌다고나 할까? 처음 만난 클레망에게 연락처를 요구하는 로르. 그리고 로르는 클레망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한다.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왠지 서두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름 시간을 끈다고 했지만, 그녀의 연락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들의 불장난 같은, 숨바꼭질 같은 관계가 시작된다. 자녀가 있고, 가정이 있는 로르는 두 딸 몰래 클레망을 만나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하는 행동과 말에 죄책감을 느낀다. 엄마를 찾는 딸에게 꽉 끼는 스타킹을 갈아 신고 왔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클레망과 부적절한 관계를 하고 있었다. 클레망 역시 평범하지 않다. 그는 모든 사람을 연봉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그는 로르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위축된다. 그 위축은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역시 안될 때가 많다. 그래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로르가 실망할까 걱정이 된다.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로르와 클레망의 이야기는 이 외줄 타기 같은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것도, 둘의 관계의 끝이 어떻게 될 거라는 것도 너무 잘 알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책 속에는 주인공이 아닌 두 목소리가 등장한다. 클레망의 늙은 반려 견 파파와 로르의 세상을 떠난 엄마다. 로르의 엄마는 로르를 보고 독설을 쏟아낸다. 이미 사망한 엄마가 어떻게 독설을 쏟아내는 걸까? 엄마의 세상 속에 갇혀있던 로르는 클레망과의 관계가 지속될수록 엄마의 독설을 더 자주 접한다. 하지만 읽다 보니 그녀는 엄마의 독설을 즐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파파. 이름부터 특이하다. 파파는 아빠를 뜻하는 말이다. 더 이상 가장의 역할을 못하는 아빠를 버리고, 클레망은 반려견 파파에게 아빠의 이름을 부여한다. 씁쓸한 대목이다. 상처받은 두 인물의 성장기가 그 두 존재를 통해 드러난다.

과연 클레망과 로르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결혼이라는 계약된 관계 속에서는 오픈되어 있는 성이라는 문제가 계약되지 않은, 혹은 계약관계가 아닌 타인과의 사이에서 오픈되는 것을 사회는 불법 혹은 죄 혹은 잘못이라고 이야기한다.

결혼을 하고 보니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왜 사람들은 "성"에 집착을 하는 걸까? 그리고 그것을 누리지 못해 안달일까? 마치 드러나면 자신의 삶이 어떻게 판단 받을지 잘 알지만, 서로를 놓지 못하는 이 둘의 관계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남들이 선망하는 자리에 있기에 그 모든 치부가 드러났을 때 더 처참히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과연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과연 그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그저 욕구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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