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 청년 아우렐리우스의 제안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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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조잡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것은 죽음에 무관심하다는 뜻입니다.

'성급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말은 너무 쉽게 삶을 포기한다는 뜻이고,

'오만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것은 자기만은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과거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큰 힘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1권에 이어 2권의 내용을 읽으며 철학 책임에도 교수와 젊은이의 대화를 통해 나 또한 내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었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의 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역시 또 다른 공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이 책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바탕으로 저자의 생각과 해설을 녹여낸 책으로, 명상록 중 일부를 발췌해서 자신만의 색으로 쓴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하다. 마치 죽음을 앞둔듯한 느낌이 강하게 뿜어 나온다.(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 장에는 따로 죽음에 대한 글이 담겨있다.) 우선 아우렐리우스에 대해 잠깐 알고 넘어가면 좋겠다. 철학자이자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는 사실 명상록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타인을 위한 책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써놓은 비망록 혹은 일기나 수필 같은 느낌의 글을 남겼을 뿐이다. 후세의 그의 글을 읽고 모아서 명상록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황제가 될 인물로 태어났던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왕처럼 로마의 황제는 아버지 대를 이어 황제가 되는 구조는 아니다. 물론 차기 황제로 거명되는 상황이 있긴 하지만, 그는 유력한 황제 후보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차기 황제 혹은 황제들이 급작스럽게 사망하게 되어 결국 그는 16대 로마 황제가 된다. (공동 황제 루키우스가 있었는데, 전쟁에서 돌아오던 중 갑자기 사망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가 황제가 되기 위해 술수를 꾸민 것은 아니었다. 그는 황제 자리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내와 8명의 자녀가 아우렐리우스보다 먼저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을 경험했기에 더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삶을 초월하는 글들을 쓴 것 같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아우렐리우스의 글들은 하나같이 욕심 없이,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과거에 연연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여기지 않는다. 철학자이면서 권력자였던 그이기에 두 삶 속에서 균형을 잡으며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글들이 많았던 것 역시 그래서 같다.

잘못을 저지른 자까지 사랑할 수 있는 건 인간뿐이다.

그들이 너와 동족이고 무지해서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질렀으며

그들도 너도 머지않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너는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너에게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의 지도적 부분(이성)이 전보다 나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까지 포용할 줄 아는 배포를 가진 그의 글을 읽으며 마치 성경 속 예수의 말이 겹쳐 보였다. 방향성이 다르긴 했지만, 그가 타인을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이성적인 판단이 악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용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삶을 초월하는 죽음까지 생각한다는 내용은 삶의 끝을 염두에 두고 삶의 모순들을 풀어가려는 그의 생각이 엿보여서 놀라웠다.

모든 일 앞에 죽음을 둔다면, 세상에 풀어내지 않을 감정들이 없다는 것. 우리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조금 더 인내하고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명상록에 대한 첫 기억 속에서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의 삶 역시 죽음과 맞닿아있었기에 당시 그는 어느 때보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더 깊이 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삶을 더 깊이 있고 가치있게 살아낼 수 있다. 아우렐리우스도, 기시미 이치로도 이 글을 통해 우리에게 그 말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잘못을 저지른 자까지 사랑할 수 있는 건 인간뿐이다.

그들이 너와 동족이고 무지해서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질렀으며

그들도 너도 머지않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너는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너에게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의 지도적 부분(이성)이 전보다 나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 조잡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것은 죽음에 무관심하다는 뜻입니다.

‘성급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말은 너무 쉽게 삶을 포기한다는 뜻이고,

‘오만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것은 자기만은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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