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 최후의 바다
박은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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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보다 더한 곳이지. 여기는 그래도 내 편, 네 편은 분명하지 않은가.

조정은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자가 다음 날이면 등에 칼을 꽂고

목을 옭아매어 끌어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노량을 물으면 자연스레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이 떠오를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노량이 어디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한산도나 명량해전이 있던 진도는 떠오르는데 말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 찾아봤더니, 현재 지명도 노량이란다. 남해군과 하동군 사이를 흐르는 바다인데, 명량의 울돌목처럼 조수가 빠르다고 한다.

긴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다. 7년간 이어진 전쟁이었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가 사망한 것이다. 순천에 왜교성(예교성)을 쌓은 고니시 유키나가, 울산왜성을 쌓은 가토 기요마사, 사천에 왜성을 쌓은 구로다 나가마사 역시 소식을 전해 듣고 빠르게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배를 통해 일본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현재 남해바다는 이순신이 지키고 있는지라 쉽지 않다. 고니시의 반간계의 덕을 봤긴 하지만, 두 번은 속지 않을 것이 뻔하다. 이순신은 통하지 않으니 방법은 명나라 장군들이다.

명나라에서는 조선에 원병을 보낸다. 그리고 장수로 유정과 진린이 와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는 조선군과는 확연히 다른 명나라 군대는 전쟁을 하는 척만 한다. 표나지 않게 슬쩍 참여하는 척하면서 뒤로 뇌물을 받아 챙기는 것이다. 그런 명나라 장수들의 성향을 아는 고니시는 우선 유정을 공략한다. 자신들이 무사히 빠져나가는 걸 돕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기로 한다. 슬쩍 건네오는 일본군 앞에 유정은 당하고 만다. 유정 역시 그들을 믿지 못하긴 했지만, 그 또한 고니시의 간계였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닫고 만다. 유정에 비하면 차라리 진린이 낫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다. 대놓고 내통을 하지 않을 뿐이지, 민폐 중에 민폐를 끼친다. 우리의 바다의 경우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보니 밀물과 썰물이 있는데,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명나라 군대 덕분에 전쟁의 피해를 갈수록 커진다. 그들을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그들을 구하러 갔다가 죽은 장수와 조선군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군이었던 터라,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챙길 수밖에 없는 이순신의 마음은 얼마나 착잡했을까?

명량에서 만났던 약아빠진 고니시가 등장하고,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며 자리를 탐냈던 손(이)문욱이 등장한다. 거의 한국의 고니시 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젊고 경험이 부족했던 이덕형은 손문욱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머리 위에 있었던 손문욱은 오히려 그를 이용한다.

내 나라, 내 민족을 처참히 짓밟은 왜군을 향해 이순신이 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놈도 살려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 상반되게 왕인 선조(이연)은 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손문욱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선조는 과연 그에게 무엇을 지시했을까?

항상 생각했다. 사람들은 무엇을 더 갖고 싶어 남을 침범하고 빼앗고 모함하는가.

그 욕망의 크니는 얼마나 되고 끝은 어디인가.

한 평생 오십, 육십 년 아무리 많이 모았다 해도

죽고 나면 티끌로 만든 태산처럼 바람 한 번에 다 날아가 버릴 것을.

노량의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그런 이순신의 고뇌와 어머니, 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 못했던 뼈아픈 상황이 표현된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결론이지만, 또 다른 감동이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은 그저 선조와 이순신의 관계 속에서만 들여다봤다면, 이번에는 아들 이순신, 아버지 이순신의 모습까지도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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