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만나는 김아직의 소설의 배경은 전 작인 노비스 탐정 길은목과 비슷하다. 천주교가 두 작품을 감싸고 있는 공통적인 배경이니 말이다. 전 작은 노비스(견습) 수녀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사제(신부)와 안드로이드 로봇 간의 이야기가 벌어진다.
발부르가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은퇴 사제 레미지오 신부는 폭우가 오는 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병자성사를 받고 싶다는 말이었다. 85세의 노신부는 병자성사를 받고 싶다는 이야기에 빗속을 헤치고 루치아라는 이름의 그녀를 찾아 나선다. 가는 길에 넘어져 심하게 다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간다. 빗길 인지라,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병자성사를 기다리는 루치아 역시 다리가 코가 심하게 부수어진 상태였다. 미래 세계는 사람도 손상된 장기를 부품으로 바꾸는 시대이기에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병자성사를 한 후 루치아가 사람이 아닌 로봇임을 알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레미지오는 그가 준 병자성사가 무효임을 선언하지만, 루치아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도망친다. 119의 구조요청으로 레미지오는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로봇에게 병자성사를 줬다는 사실을 유안석 몬시뇰 신부에게 털어놓는다. 사실 몬시뇰은 호르투스데이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데, 그 단체는 반 안드로이드를 주장하는 원칙론적 보수집단이었다.
과거 제이의 가족은 큰 사고를 당했는데, 현재까지 제이의 엄마는 연명치료를 받고 있고 제이 역시도 1년 이상을 혼수상태로 지냈다. 집을 팔아 제이의 치료비를 겨우 마련했기에 더 이상의 생활이 어려웠는데, 제이의 엄마 치료비는 물론, 동생 현우의 신학교 등록금까지 대준 사람이 바로 몬시뇰이었다. 사고로 제이는 과거의 기억을 다 잃게 된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깨어난 후의 기억뿐이다. 제이가 거동을 하게 되자, 몬시뇰은 그녀를 가톨릭 정보국에서 일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하는 일은 몬시뇰을 위한, 몬시뇰이 시킨 일이 대부분이다.
사건의 진상을 듣게 된 몬시뇰은 제이를 호출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루치아를 찾으라고 시킨다. 기한은 하루 반나절이다. 몬시뇰이 안토니오 주교, 프란체스코 대주교를 만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제이는 물 한 모금 삼킬 수 없을 정도의 압박을 느낀다. 사고 이후 시간의 압박이 있는 상황이 되면 제이는 사건이 풀릴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루치아의 소유자가 얼마 전 사망한 구순연할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제이는 사망한 그녀의 딸 설민주로 부터 로봇이 사후세계에 대한 책을 읽고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한편, 병원에 입원 중이던 레미지오는 루치아를 찾아 나선다. 7지구에 있는 폐기물 업체에 루치아가 있을 거라 생각한 레미지오는 비 오는 밤 그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차량을 마주하게 되고, 사라진다. 몬시뇰 때문에 그곳에 갔던 제이는 레미지오가 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의 배후에 있던 인물을 듣고 경악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