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듣는 클래식 - 클래식이 내 인생에 들어온 날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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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이 음악과 더불어 후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인생은 끝까지 살아 봐야 압니다.

마지막까지 견디는 사람만이 열매를 딸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기회는 또다시 찾아옵니다.

오십 대는 이 원리를 깨닫는 시기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며 자연스레 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그 덕분에 클래식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음악만큼이나 클래식 관련 책들에도 관심이 생겼고, 종종 기회가 될 때마다 읽곤 한다. 문제는 난이도다. 지식을 쌓고 싶지만, 어떤 책은 입문서라고 적혀있지만 너무 전문적이어서 이해가 쉽지 않았고, 어떤 책은 가십 위주로만 다루다 보니 흥미롭긴 하지만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느낌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울림이 있고, 적당한 깊이와 재미도 있다. 클래식과 음악가들에 대한 상식을 챙기면서 음악에 대한 감상평 그리고 클래식과 내 삶 그리고 음악가의 삶을 같이 올려두고 함께 음미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래서 음악에세인가보다. 울림과 떨림을 함께 마주할 수 있어서 말이다. 저자는 50대 말미에 있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50대지만, 지신이 속한, 자신이 겪어 온 세대를 이야기하며 책을 연다. 과거 386세대에서 이제는 586세대가 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말이다.

음악처럼 총 4악장 안에 5개의 주제와 클래식곡이 함께한다. 책 속에 소개된 음악들은 다행히 낯설지 않은 곡들이 많았다.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곡이 있고, 들어보니 아하! 하는 곡도 있다. 아마 저자가 일부러 낯설지 않은 곡들로 모았을 지도 모르겠다. 역시 클래식 에세이라서 그런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게 더 와닿는다. 아쉽게도 QR코드가 따로 담겨있진 않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그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출판사 블로그에 각 곡에 대한 URL(https://cafe.naver.com/sodambooks/48894)이 올라와 있으니, 참고해도 좋겠다.

책 속에 소개된 음악가 대부분은 생전에 지금과 같은 유명세나 칭송을 많이 누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생활고로 고통을 겪고, 치료비나 생활비조차 없어서 힘들어하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상당수다. 특히 슈베르트의 삶과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은 가슴이 참 쓰렸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런 주옥같은 곡들을 남겼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경외감을 느낀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특유의 기벽이나 편력이 있는 경우도 상당한데,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상당수 만날 수 있었다. 묵묵하고 꾸준히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나 주변을 돌아보고 다독일 줄 알았던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아내와의 사랑을 끝까지 지켰던 엘가와 멘델스존은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삶 또한 참 훌륭했던 것 같다. 특이한 것은 독일 음악가가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국적을 모르고 들었어서였을까? 바흐랑 헨델이 같은 해에 태어난 독일의 음악가지만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고, 둘 다 돌팔이 안과 의사 때문에 실명을 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 밖에도 호텔 스위트룸의 스위트가 Sweet가 아닌 모음곡을 뜻하는 Suite(여러 개의 방이 갖추어져 있는 방이라는 뜻과 짧은 곡을 배열한 기악곡을 뜻하는 모음곡이 같은 의미로 사용)라는 것, 차이콥스키의 발리에 곡인 호두까기 인형의 호두까기가 호두를 까기 위해 만든 도구에 인형 모양을 붙인 것이라는 것, 터키행진곡의 터키가 지금의 튀르키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오스만제국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위치는 지금의 튀르키예가 맞다.) 또한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다.

이바노비치의 도나우강의 잔물결과 얽힌 윤심덕과 주기철 목사의 이야기 또한 기억에 남는다. 윤심덕과 주기철은 이바노비치의 '도나우강의 잔물결'을 곡으로 해서 자신들이 가사를 붙인 곡을 만들었다. 윤심덕은 '사의 찬미', 주기철은 '영문 밖의 길'. 둘은 1987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들이지만, 한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세상을 비관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 사람은 일제의 총칼에 맞서 민족의 기개와 신앙의 지조를 지키며 살았다.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며 죽음을 생각했고,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며 생명을 떠올렸습니다.

정말 아이로니컬한 건 윤심덕이 녹음한 음반 뒷면에는 '부활의 기쁨'이라는

찬송가가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같은 시대에 같은 음악을 듣고도 이를 생명의 소리로 듣거나

죽음의 연주로 느낄 만큼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른 법입니다.

오십은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서는 나이다. 클래식 음악과 삶을 함께 어우르며 또 다른 감상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오십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 가고 위로가 될만한 이야기가 많다. 어느 때라도 한번 읽어보자. 물론 음악과 함께 말이다. 음악이 주는 뜨거운 위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헨델이 음악과 더불어 후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인생은 끝까지 살아 봐야 압니다.

마지막까지 견디는 사람만이 열매를 딸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기회는 또다시 찾아옵니다.

오십 대는 이 원리를 깨닫는 시기입니다.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며 죽음을 생각했고,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며 생명을 떠올렸습니다.

정말 아이로니컬한 건 윤심덕이 녹음한 음반 뒷면에는 ‘부활의 기쁨‘이라는

찬송가가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같은 시대에 같은 음악을 듣고도 이를 생명의 소리로 듣거나

죽음의 연주로 느낄 만큼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른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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