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니겠니!
곽미혜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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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이나 되는 공동저자가 있는 이 책은 참 특이하다. 우선 저자들이 전문 작가가 아니라는 것이고, 이들의 직업이 같다는 것. 이들은 인천 교육직 공무원들인데, 한 글쓰기 동아리 소속이라고 한다. 한 사람당 3편의 글이 책에 담겨있는데, 처음에는 소설인가 싶었는데 자신의 삶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였다. 공무원 짬밥(?)만 30년 이상인 이들인지라, 다양한 글들이 담겨있다. 직장과 그동안의 생활, 가족들과의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글도 있고, 자녀들 이야기도 상당수 있다. 가족과의 캠핑에 대한 이야기도 몇 편 담겨있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 공직에 들어가서 얼마 안 돼 겪은 이야기를 보면서 얼마나 아찔했을까 싶었다. 바로 채변봉투에 얽힌 이야기였다. 나 역시 초등학교 1학년 때 채변봉투를 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위생상태가 좋아져서 이런 검사를 따로 하진 않지만, 과거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보면 자연스레 등장하는 게 채변봉투가 아닐까 싶다. 막내 직원이던 저자는 담당 직원의 부재로 인해 채변봉투를 한국 기생충 박멸 협회(이름도 무시무시하다!)에 전달해야 하는 업무를 대신 맡게 된다. 버스로 이동하던 중, 차마 똥이 든 봉투를 무릎 위에 올리기 그래서 의자 아래 넣어두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린 후, 드디어 내릴 곳이라서 봉투를 찾지만 봉투가 보이지 않았다. 과연 채변봉투는 돌아올까? 지금은 에피소드로 넘길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당시 저자는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까 싶다.

호야 꽃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호야라는 식물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정말 예쁜 꽃이었다. 아내가 받아온 호야는 몇 번의 위기(?)를 겪으며 가족이 된다. 호야에서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어느 날 너무 예쁜 꽃이 폈단다. 그리고 호야 꽃은 가족에게 행운을 상징하게 된 이유가 담겨있었다. 셋째의 임신, 승진 시험 합격 등 좋은 일이 있을 징조로 여겨진 호야 꽃은 매년 꽃을 피우지 않았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이나 보답이 즉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경과에 대한 보상이 일찍 오지는 않는 것 같다.

무슨 일에든 항상 임계점이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의 노력이 어느 한계까지 계속돼야지만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밖에도 재수하는 딸과의 일화, 3대가 다 같이 가게 된 가족여행이야기, 지역이 다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특히 나 역시 얼마 전까지 워킹맘이었던 터라,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이들의 이야기는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지금이야 어린이집이나 보육기관 혹은 개인 돌봄 등이 있지만, 당시에는 육아휴직조차 없던 시기였을 텐데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를 맡겼던 이들의 마음이 글 속에 담겨있어서 안타깝고 또 그 어려운 세월을 버텨낸 모습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설처럼 다이내믹하거나, 멋진 서사들은 아니지만 저자 각자의 진심이 어우러져서 멋진 한 편의 책이 나온 것 같다. 꾸밈없이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 각 글마다 잘 드러나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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