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루쉰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아Q정전 역시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읽어본 적은 없던 터라 도무지 연결되지 않았다. 근데 첫 장에 루쉰이 아닌 노신이라는 이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신은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자 그대로 읽었지만, 몇 년 전부터 현지 발음에 가깝게 표현해 주기 시작함에 따라 노신의 중국어 발음 루쉰으로 표현이 되었기 때문에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구나! 싶었다. 아쉽게도 루쉰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은 터라, '이해가 될까?'하는 생각일 들었는데 기우였다. 루쉰의 전 작품을 마주한 것은 아니지만, 키워드와 줄거리, 중요한 이야기를 토대로 루쉰의 생각과 시대상을 함께 마주하니 한결 이해도 빠르고 나도 모르게 루쉰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쉰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에는 허삼관 매혈기, 인생 등의 저자 위화를 비롯하여 공자의 논어, 모옌의 붉은 수수밭, 라오서의 낙타샹즈 그리고 이광수의 무정 등 다양한 책이 함께 언급된다.
루쉰 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작품이 바로 아Q정전이다. 주인공 아Q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인데, 이 아Q를 통해 중국인 특유의 근성을 비꼬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화주의는 자신들을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를 오랑캐 취급하는 특유의 자만감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좋지만,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 없이 그저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생각하고 실수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데 있다. 자아도취에 빠진 상황에서 아Q는 늘 동네 사람들에게 맞고 놀림을 당하고, 괴로움을 겪지만 정신에서는 자신이 패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합리화를 시킨다. 적당한 자존감은 삶을 윤택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만, 밑도 끝도 없는 자존감은 오히려 자만심이라 할 수 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눈이 필요하다.
패배에서 배우지 않으면 패배는 반복되고, 결국 더 큰 패배로 비극적 종말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정신승리법의 대가 아Q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루쉰은 생각의 관습에 얽매여 끌려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언젠가 코드인사라는 말이 뜨거운 감자가 된 적이 있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것은 시너지가 날 수 있긴 하지만, 과연 옳다고 볼 수 있을까? 그저 친목모임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루쉰의 광인일기를 토대로 저자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화합과 조화 그리고 같음은 같은 의미일까? 광인일기뿐 아니라 이에는 공자의 논어를 통해서 그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공자의 논어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같음(同)과 조화(咊)는 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내용이다. 앞에서 말한 코드인사를 두고 이야기하자면, 코드인사는 조화보다는 같음에 방점이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모이면 한 가지 의견 외에는 나올 수 없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소위 소수의견이라 불리는 또 다른 생각들이 껴들을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때론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수결은 어떨까? 소수의 의견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 근데 다수의 의견이 늘 정답은 아니다. 특히 과거의 관습을 따를 경우도 위험하다.
옛날부터 쭉 그래왔다는 생각의 관습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합니다.
집단적인 생각의 관습을 의심하면서,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또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많을 때, 나다움을 찾는 사람이 많을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루쉰은 말합니다.
이것이 루쉰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길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지도자가 바뀌어도 사회가 바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루쉰의 작품을 통해 저자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다시 한번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의 문제다. 청년세대, 기성세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루쉰의 작품을 통해 현재의 우리의 삶을 제대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