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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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을 대하는 데는 큰 차이가 있다. 그중 출산과 육아는 정말 경험해 보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야가 맞는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한다. 워킹맘으로 7년을 살다가 살짝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생각 없이 출산을 했던 나는 짧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겪으며 참 심하게 우울증을 앓았다. 기본적인 생활(식사와 수면 등) 조차 내 뜻대로 할 수 없었기도 하고, 엄마라는 경험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3시간마다 수유를 하고(새벽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아이를 바라보며 정말 많이 울기도 울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 같았고,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내 기억이 떠올라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이 책은 국문학 박사이자 엄마인 이경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책의 제목이 된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는 단편소설 한 작품의 제목이다. 황새라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떠오른 것은 바로 "황새가 아기를 물어다 준다"라는 이야기였다. 설마... 그 뜻일까? 싶긴 했다. 물론 임신이 아닌 출산 그 이후의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워킹맘이자, 복직한 지 얼마 안 된 주인공 윤혜인은 아들 이안이를 키우고 있다. 남편은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곳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그녀는 독박맘이다. 그렇다고 친정이 가깝지도 않다. 뭔가 일이 일어났을 때(아이가 아프거나 등의) 소위 서포트를 해 줄 사람이 누구도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일이 벌어진다. 당장 복직 첫날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를 맡길 데가 없는 것이다. 예전에 조리원 동기인 3형제의 엄마 예진으로부터 소개받은 황새영아송영이라는 앱. 그 앱이 떠오른 건 늦은 밤이었다. 아이와 엄마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그것도 편하게... AI 기술과 교통의 진보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마치 드론처럼 황새가 하늘을 나른다. 그 안에는 아이와 부모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담겨있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하지만 사람 같은) 직원도 타고 있다. 과연 혜인은 서울에서 친정인 남해까지 황새영아송영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작품은 이름이 참 특이했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길기도 길다. 갑작스러운 스웨덴 배우의 등장!(이 책을 보고 궁금해서 찾아봤다.) 마른하늘에 홍두깨라니...! 알고 보니 젖병소독기 보틀스가 차별화로 내세운 AI 기능 때문이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많은 것과 단절이 된다.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아이와 단둘이 갇혀(?) 지내다 보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대화를 못하게 된다.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엄마들은 심한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그 어려움에 착안하여 잠깐씩이나마 엄마의 대화 상대가 돼 주는 AI가 탑재된 것이다. 근데 왜 많고 많은 인물 중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일까? 주인공 미주는 BTS에 RM을 제일 좋아하는 데 말이다. 스웨덴 사람이지만,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는 그. 그의 기능(?)은 미주의 말벗이 돼주는 것과 남은 젖병이 몇 개인 지 정도 밖에 안되지만 어느 순간, 그는 미주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근데, 보틀스의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다. 그리고 미주가 가지고 있는 제품이 리콜 대상이라는 연락을 받는데...

두 작품 다 읽으면서 상당히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엄마이기에, 본인이 경험해 봤기에 실제적으로 작품에 대입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공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매뉴얼도 없다. 아이마다 케바케니 말이다. 작품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어쩌면 육아를 하는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기계들이 아닌 내 얘기를 들어주고 토닥여 줄 누군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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