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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를 고소하기로 했다
이승준 지음, 박초아 그림 / 인문MnB / 2023년 8월
평점 :

십수 년 다닌 회사를 그만 둔지 일주일. 막상 나오고 보니 왜 그동안 그런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으면서 버텼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나가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했을 텐데, 내가 참 어리석었구나!라는 생각이 든 한편, 제대로 된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던 터라, 다들 그렇게 다니나 보다! 하는 생각이었다는 것도 들고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이미 퇴사 날짜가 확정되어 있었을 때였으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와 같은 경험(?)에 공감이 되기도, 한 편으로는 이래저래 도움이 되기도 하겠다 싶었다. 어떤 면에서는 결이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는 다르기도 했지만 역시나 공감 가는 부분이 상당했다.
첫 회사에서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나온 나는 직업학교에 다니며 이력서의 반 넘게 채울 만큼의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오래 다녔던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원서를 넣지 않았던 것도 같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였고, 직원이라고 해봐야 임원 3명과 직원 1명뿐인 회사... 그래도 내 자리가 있고, 전화기가 있고, 명함이 있다는 것에 괜스레 뿌듯했고 직장인들이 두려워하는 일요일 밤 9시를 나는 무척이나 기다렸다. 다음 날 출근하니까!!
물론 나름 재미있을 때도 있었다. 단, 입사 몇 년 후부터 퇴사할 때까지 이어진 대표의 가스라이팅을 진실로 믿기도 했고, 회사의 어려움 앞에 십시일반의 뜻에 나 또한 기꺼이 참여해야 하는 줄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책 속의 저자는 참 고생을 많이 했다. 입사했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여기저기 기웃대며 앉아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수습 기간임에도 승진을 하고(수습에도 승진을 할 수 있나?), 쌍욕을 기본으로 탑재한 본부장에게 멘탈까지 탈탈 털릴 정도로 언어적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던져만 놓고 흐지부지되는 계획서를 밤을 새우며 써대야 되었고, 결국 몇 달간 급여조차 받지 못하면서도 매일 밤 야근하고 새벽에 옷만 갈아입고 출근하는 상황을 오롯이 겪어내야 했다.
그나마 마지막에 함께 했던 팀원들 덕분에 지옥 같은 회사 생활을 버티고, 결국 회사를 상대로 고소를 해서 당당하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업도 해보고 이직도 해본 저자이기에, 자신의 상황에 그저 주저앉기 보다 노무사를 찾아가고 관련 증거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보통은 그 작업이 귀찮아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니 나도 오래된 옛 기억이 떠오른다. 첫 주 월급을 교육비라는 명목으로 떼어먹은 그 회사.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더니 전무(상무인가?) 인가하는 사람한테 전화가 걸려왔고 안 받았더니 아주 쌍욕을 내 핸드폰에 메시지로 넣어놨던 그 일 말이다. 사회 초년생으로 쌍욕을 시전하는 그와 대면할 자신이 없어서 지레 겁먹고 포기하긴 했지만... 이 회사 악덕기업(?)이니 주시해달라는 말 한마디는 남겼다. 그래서 나름 통쾌했던 것 같다. 고소를 취하해 주면 좋겠다는 대표의 전화에 못 받은 돈을 다 주면 취하하겠다고 자신의 밥그릇을 제대로 챙겼던 그 모습도, 돈을 받고 취하하자마자 바로 안면몰수한 대표를 보며 역시 그의 선택을 맞았다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무리 노동자의 권리가 신장되었다고 떠들어도, 회사 앞에서 직원은 을이다. 특히 사회 초년생들의 경우는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하다가 자신의 것을 도둑질 당하는 경우도 많다. 나처럼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라는 생각에 갇혀 소중한 권리를 빼앗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직원들을 상대로 사기 치고, 당연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게 하는 너희 소위 갑들아!! 너희들이 한 그 백배로 다시 돌려받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