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 - 해양생물학자의 경이로운 심해 생물 탐사기
에디스 위더 지음, 김보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내게는 자연스레 "미지의"라는 단어가 동격처럼 떠오른다. 깊은 바닷속은 인간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미지의 땅이기 때문이다. 바다 깊이 내려갈수록 수압도 오르고, 여러 가지 고통이 동반된다고 들었기에 여전히 조사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저자는 이 정도로 기술의 발전을 이룩했는데 왜 심해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지 모르겠다는 말로 심해 탐사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심해 생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초롱아귀다. 얼마 전 아이의 책을 통해 만난 심해 속 생물들의 습성과 생김새 등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심해 생물 중 스타급이라 할 수 있는 초롱아귀의 경우 이제 상당히 많이 알려진 생물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는 어떤 심해 생물을 만날 수 있을까?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전문용어가 다수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되었다. 빛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심해 속 생물들의 특징과 함께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싶기도 했으니 말이다. 다행이라면, 이 책 속에는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본인의 이야기와 곁들여 설명해 주기에 한결 편안함을 넘어 흥미를 돋우었다는 사실이다. 심해 생물 중 처음 등장한 생물은 짝눈 오징어였는데, 우리가 보기에 큰 눈이 더 큰 역할을 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작고 움푹 들어가 있는 바닷속을 내려보는 눈이 짝눈 오징어가 심해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심해 생물들의 경우 가장 중요한 생존도구는 바로 발광기다. 캄캄한 바닷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발광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짝눈 오징어의 경우 작고 움푹 들어간 눈이 바로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저자는 실명을 했던 과거의 기억을 예로 끄집어낸다. 담담하게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생과 사의 갈림길 속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던 병원 입원기를 통해 눈과 빛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든다. 그 경험이 그녀를 심해 생물 연구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개인사에서는 고통스러웠겠지만 또 다른 업적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단연 책의 가장 중요한 단어라면 역시 "빛" 즉, "발광"이다. 심해 탐험을 하면서(얼마 전 타이타닉 호를 보기 위한 잠수함이 실종되면서 전원 사망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저자 역시 잠수함을 타다 큰 사고를 겪었던 내용도 등장한다. 나였다면 바로 포기했을 텐데, 그만큼 심해가 주는 매력이 큰 가보다.) 마주한 연구의 결과들과 그 과정들 또한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무궁무진한 심해 탐사와 함께 해양 오염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도 함께 만날 수 있었는데, 역시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책을 접하며 아쉬움이 있었다면, 글로써는 충분히 흥미롭지만 실제 사진이 담겨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그랬다면 한층 더 흥미롭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심해에 대한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