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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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피터팬이다. 늙지 않는 네버랜드에 사는 그와 달리 카페 네버랜드의 직원들은 노인 4인방이다. 그중 가장 어린 직원이 65세라니... 나이를 넘어서는 그들의 경력을 보자면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이 일은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원시에서 지급하는 예산 전액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미류동주민센터 7급 주무관 한연주. 민원실에서 큰 소리 한번 안 내고 맡겨진 일을 확실히 처리하는 능력자인 그녀의 별명은 찔피노다. 혹시나 했던 그 뜻이 바로 그녀의 별명이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은 똑바로 처리하는 똑순이지만, 내부에서는 그런 그녀가 영 탐탁지 않다. 일을 넘어선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도통 관심이 없는 그녀인지라 동료들과의 관계도 쉽지 않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나이다. 대학교 3학년 재학 중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연주는 그 길로 대학을 그만둔다. 10년가량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30대 초반이기에 경력에 비해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한다. 그런대다 일을 그렇게 처리하니 시기를 받을 만도 하다. 그녀 역시 지금의 상황이 쉽지 않다. 얼른 이곳을 떠나기 위해 낸 사업계획서가 덜컥 채택된 것이다. 상당한 금액의 예산이 지원된다. 그녀가 낸 계획은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창업형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카페 네버랜드가 열린다. 문제는 일 번(이원시장)이 온다는 소식 때문에 급하게 개소식을 하게 되었다. 아직 일할 노인들의 면접조차 보지 못한 상황에서 급하게 노인복지과의 도움으로 4명의 노인과 연결이 된다. 사안이 급해서 면접 다운 면접조차 보지 못하고 급하게 열게 된 카페.

최고참인 70대의 똑딱 악어 신기복, 화가이자 시인인 피터팬 백준섭, 흥신소 사장으로 날렸던 후크선장 오만영

그리고 교사 출신 팅커벨 이석재까지... 하지만 이름과 달리 네버랜드는 매일매일 문제투성이였다. 심각한 난청을 가지고 있지만 바리스타 학원을 다녔다는 이유로 합류하게 된 신기복은 학원에서 5일 만에 쫓겨났고 커피 원두 이름까지 암기하고 있지만 커피는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5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불륜 현장을 잡아내는 것으로 한참 날렸던 흥신소 사장 오만영은 얼마 전 부상을 입어 오른팔에 깁스를 한 상태인데다 지각을 밥 먹듯 한다. 교사 출신 이석재는 과거 제자가 친 큰 금전사고 때문에 불미스럽게 옷을 벗게 되었는데 그날의 일이 큰 트라우마가 돼서 억울한 상황이 오면 요실금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용조용한 백준섭은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남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저 승진을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했던 카페 네버랜드였는지라 크게 마음을 쓰지 않았던 연주는 동갑의 계약직 웬디 이루리의 합류로 조금씩 마음이 돌아선다.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동네 무지개 어린이집 참새반 아이들의 우연한 등장으로 노인들 사이에도 작은 시너지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개점 이후 매일 카페에 들르는 조 군 역시 한몫을 한다. 연주와 함께 다시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며 커피 내리는 것을 배우는 기복과 함께 잘 하는 것을 하자는 이야기에 연주는 네버랜드의 메뉴로 과일청을 이야기한다. 아내 옆에서 과일청 담그는 일을 수시로 했던 준섭은 이 일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되고, 화투점을 봐주는 만영, 많은 자격증에 비해 더 많은 해고를 당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기복,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는 석재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참 따뜻했다. 이렇게 따뜻하게 계속되었으면 좋았겠지만... 6급으로 승진해 연주가 떠난 후, 카페 네버랜드에는 한 인물로 말미암아 돌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는데...

책을 읽으며 실화 에세이인 한 작품이 생각났다. 치매 노인들이 직원인 한 음식점의 이야기였는데, 이곳을 찾는 손님들 역시 이들의 상황을 공감해 주고 설령 주문과 다른 음식이 나오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물론 이들과는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치매 노인들이 일자리를 통해 조금 더 사회 속으로 들어오고 스스로의 필요성을 인식함으로 병을 조금씩 극복하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던 기억이 있다. 카페 네버랜드를 통해 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아무리 정년이 길어도 60세 중반이 끝인 우리 사회에서 20년 이상은 삶을 영위해야 하는 노인들의 삶은 재정적으로 무척 팍팍해 보인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보는 한 무료 급식소 앞에는 9시 오픈임에도 8시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소설 속 이야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조금은 서투르고, 조금은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우리 또한 그런 노인이 될 테니 말이다. 오랜만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작품을 마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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