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클래식 라이브러리 8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순배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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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제목만 낯이 익다. 무슨 뜻인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보기만 한 제목의 뜻 또한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도리언 그레이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초상은 뭘까? 초상 하니 죽음과 관련된 단어가 떠올랐는데, 초상화였을 줄이야...! 제목은 결국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라는 뜻이다.

화가인 바질 홀워드의 작품을 마주한 친구 헨리 워턴 경(해리)은 바질이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사실에 의아하다. 이유를 묻는 해리에게 자신의 본 모습이 그림 속에 여실히 드러나 있어서라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진짜 이유를 묻는다. 그러면서 알게 된 인물이 도리언 그레이다. 도리언 그레이에 대한 찬사를 들은 해리는 그가 궁금해진다. 만나게 해달라고 바질에게 이야기하지만, 해리가 어떤 인물인 지 아는 바질은 거부한다. 그에게 나쁜 물을 들일 걸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둘의 대화 중 도리언 그레이가 도착한다. 어쩔 수 없이 해리를 만나게 되는 도리언 그레이. 바질의 우려대로 해리에게 빠져들고 마는 도리언 그레이. 그렇게 백지처럼 순수했던 도리언 그레이는 해리를 통해 나쁜 물이 들기 시작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는 완벽했다. 보고만 있어도 젊음이 생생하게 보이는 그림이었다. 바질 뿐 아니라 도리언 그레이 조차 그림에 빠져들었다. 해리를 통해 삶의 쾌락을 맛보게 된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그림 이면에 담긴 젊음이라는 감정을 오롯이 느낀다. 아니 그것은 어느 순간 집착에 가깝게 변한다. 그림은 멈춰있지만, 노화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괴로움을 넘어 끔찍함을 느끼는 도리언 그레이. 자신과 그림이 바뀌길 염원한다. 그림과 같은 변하지 않는 젊음이 자신에게 영원하길 바라는 그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까?

도리언 그레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삶의 쾌락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백지와 같은, 생생한 젊음을 가졌던 그가 쾌락을 맛보고 그에 집착하게 되면서 극단적인 모습이 하나 둘 드러나게 된다. 노화는 추하다는 생각을 비롯하여 동성애, 현대로 보자면 악플로 볼 수 있는 표현들, 사랑보다는 조건이나 형식에 맞춰진 결혼, 자살과 협박, 살인... 그랬기에 이 책의 본래 표현들은 삭제되어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는 원문의 실제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책과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쾌락의 이면을 맛본다고 누구나 도리언 그레이처럼 바뀌지는 않는다. 자신의 모습의 심취한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나르키소스를 떠올리게도 한다. 내면이 아닌 외면에 심취하여 그를 지키기 위한 모습들이 극단적으로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거부하기 어려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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