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시리즈의 10번째 책은 미셸 드 몽테뉴의 수상록이다. 몽테뉴라는 이름도, 수상록이라는 이름도 들어는 봤지만 실제로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지에 적힌 Essais라는 단어가 자꾸 눈에 들어왔는데, 우리가 평소에 한 장르로 부르는 에세이(수필)가 여기서 나온 것 같다. 에세이의 경우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자신의 생각한 다양한 주제들을 편하게 쓴 작품들이 많다. 몽테뉴의 수상록 역시 그렇다. 철학적 사유를 명언과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들과 함께 자신만의 어조로 표현한 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담고 있는 주제도 상당히 광범위하다.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의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1권은 생각과 행동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생각이 어떻게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각종 예가 등장해서 흥미로웠다. 가령 치료법에 대한 부분이나 격동하는 감정으로 인한 극단적 변화(큰 기쁨으로 인한 충격으로 사망하거나, 반대적인 상황도 등장한다.), 고독이나 우정, 습관에 관한 내용도 담겨있다. 특히 습관에 대한 부분에서 예로 등장한 플라톤의 일화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로 기억에 남았다. 습관은 어려서부터 몸에 배는 것이기에 작은 습관이라도 대충 넘겨서는 안 된다. 가령 처음부터 큰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없다. 습관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작은 일을 넘어 큰일까지 치를 수 있으니 말이다. 친구나 동물을 괴롭히는 아이의 행동을 보고 부모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냥 놔둔다면, 차후에 더 큰일 또한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기에 잘못된 습관은 어렸을 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2권에는 양심, 나태, 신앙의 자유 등에 대한 글들이 담겨있었는데 그중 양심에서 고문에 대해 다룬 글 또한 기억에 남는다. 우리의 현대사를 들여다봐도 고문을 통해 가짜 증언을 하게 만드는 일들을 무수히 볼 수 있었다. 고문은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생긴 것이라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더 심하다는 데 있다. 고문을 가하는 사람이 자신이 목표한 것을 고문을 당한 사람의 입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고문을 계속 가할 테니 말이다. 5세기 전 사람이지만, 몽테뉴의 글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적용 중인 걸 보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행태를 발견한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다.
3권은 한 가지 장만 담겨있다. 주의 전환에 대한 내용인데, 나 역시 종종(우리 아이들 역시 종종) 써먹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책 속의 주의 전환과는 좀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몽테뉴는 베프와 아버지, 동생의 죽음을 차례로 목도하며 큰 아픔을 경험한 후 37세에 고등법원 법관직을 그만두고 은둔생활을 한다. 수상록 역시 그런 상황에서 나온 주옥같은 작품이다. 개인적인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책의 내용이 더 깊은 여운으로 다가온 것 같다. 각 이야기 속에 예가 많이 담겨있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