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노래하는 집
송길자 지음 / 예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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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가까이하기 쉽지 않은 장르를 꼽자면 단연 시다. 짧은 문장 안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술도 시와 비슷한 것 같다. 덕분에 시집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학교를 졸업한 후 거의 시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면이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일부러 1년에 시집 한 권과 미술 관련 책 읽기를 연간 계획에 넣어두고 있다. 그럼에도 내 스스로 시집을 찾아 읽는 건 정말 의지를 드려야 하는 부분이다. 남들은 참 좋다고 하는 모 시인의 시집도 내돈내산으로 산 적이 있지만,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왜 좋은지 도통 몰랐었는데 우연히 같은 시집을 읽은 다른 블로거의 서평을 읽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니! 이 시에 이런 면이 있었다니!! 하고 타인의 시를 풀어낸 이야기를 읽으며 비로소 공감이 갔었다.

이번이 세 번째 출간하는 시집이라는 송길자 시인의 시집의 제목은 새가 노래하는 집이다. 이번 시집은 15년간 써왔던 시를 모아서 묶었다고 한다. 그녀가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것은 주부 클럽이라는 여성 단체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처음부터 문인을 꿈꾼 것은 아니었고, 그곳에서 여러 문인들의 특강을 들으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등단한 시인은 1994년과 2007년 그리고 2023년에 각각 시집을 낸다.

시집 속에는 4 장르의 시가 등장한다. 동시조, 시조, 사설시조, 자유시 가 담겨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마주한 시조를 생각하고 시를 읊어봤는데,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시조보다는 동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동안 마주한 시조는 한자로 어렵고 복잡하게, 또는 낯선 고어로 쓰인 경우가 많았는데 송 시인의 시집 속 시어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이자 평범한 단어들이 담겨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이해가 어렵지 않았고, 때론 와닿는 시도 몇 개 발견할 수 있었다.

 

 

 

팔순의 시인의 인생의 경험이 녹아있어서일까? 유독 깊이 있어 보이는 시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며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진한 아픔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기는커녕 방부제를 뿌린 듯 선명하게 각인되니 말이다.

그 밖에도 또 기억의 남는 시는 "단 한 장 오선지에"라는 제목의 시였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한 장의 오선지를 가지고 태어난단다. 그 오선지 안에 각기 저마다의 기억과 생각을 멜로디로 그려간다. 때론 화가 난 기억도, 때론 잔잔한 기억도 그려지고 슬프고 아픈 것도 그려진다. 근데 그마다의 기억들은 결국 오선지 속에 그려져서 꽃과 같은 열매로 보이기도 한단다. 얼마나 멋있는 내용인가? 비어있는 오선지 같은 인생을 자신만의 경험으로 채우다 보니 누구도 같은 음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때론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엉망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곡이든 끝까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실패하고 엉망인 것 같이 보여도 여러 악기가 어우러지고, 화음이 겹쳐지면서 예상치 못한 곡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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