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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자본주의
윤루카스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부는 절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정부는 절대 당신을 이기지 못한다.'
첫 줄부터 날선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표현 자체가 워낙 직접적이라서 속 시원한 면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기에 또 상대적으로 공격도 많이 받겠다 싶기도 했다. 유튜브를 즐겨보지 않는 터라, 이 책의 저자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는 잘 몰랐다. 그럼에도 반년 만에 30만 구독자를 넘겼다니 책 속 이야기처럼 숨기지 않고 까발리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 돈이 안 되는 것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지극히 실제적이다. 내게 어떤 이익도 없는데, 과연 남을 무차별적으로 도울 수 있을까? 아주 오래전 봤던 미국 드라마 프렌즈가 떠올랐다. 당시 등장인물 피비는 타인을 돕는 것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내 것을 아무 대가 없이 나눠주기만 하는데, 과연 내게 무엇이 이익이 될까? 그 질문에 누군가의 대답이 기억난다. 도와주고 느끼는 그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말. 맞다. 우리는 지극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는 인간이다. 그 이익이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는 다를지라도, 얻을 것이 없다면(도움을 주고 얻는 뿌듯한 마음조차도)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저자는 돈을 이야기하면서 포식자에게 무참히 뜯어먹힌 아기 코끼리 이야기를 꺼낸다. 그 끔찍한 장면을 마주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끔찍하고 처절하다. 먹히거나 먹거나 둘 중 하나다. 돈이 있으면 포식자고, 돈이 없으면 피식자가 된다. 뜯어먹히는 거보다는 차라리 포식자가 되기 위해 돈을 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책의 시작이자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기가 된다.
정치색이 담겨있진 않지만, 현 정부나 전 정부의 각종 경제 이야기가 등장하기에 나도 모르게 특정 정권을 옹호하는(보수파)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자본주의와 물가, 집값 등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진보보다는 보수 쪽 경제정책에 찬성한다. 가진 자들의 것을 억지로 빼앗으면, 가진 자들이 과연 일을 할까? 기업에게 과도한 세금을 물리면 기업은 특정 세율 정도의 이익만 벌어들이고 더 이상 일하지 않거나 해외로 도피하게 된다는 이야기, 한참 전세 대란을 겪었던 그 시기의 그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냉철하지만 숨김없이 뿜어낸다. 그이 이야기를 접하며 한 경제학자가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손의 애덤 스미스다. 그는 애덤 스미스 보다 더 정부의 시장개입에 극도로 분노한다. 잘 된 죽에 왜 코를 빠뜨리는가? 그런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그나마 순화한 표현이다.) 악담을 내뱉기도 한다.
땅을 효과적으로 운영한다는 건,
이 땅을 어떻게 써먹어야 최대한 돈을 뽑아먹을지 고민하는 '당신의 탐욕'에 달렸지,
공공기관들이 분석한 온갖 쓰잘데기 없는 자료에 달린 것이 아니다.
즉 땅은 '주인'이 있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세상은 인간의 '탐욕'을 존중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그의 의견에 100%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의 맞는 부분도 많다.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상당히 불쾌하고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읽는 내내 불편한 감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와닿는 표현들 역시 많았다. 자신의 처지를 똑바로 바라볼 것.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징징대기 보다 스스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 등 채찍이 되는 이야기가 상당했다.
기회는 '거지'같이 생겼다. 거들떠보기도 싫게 생겼다.
그래서 기회를 보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기회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막말로 아무나 볼 수 있으면 그게 기회는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