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모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군주론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무슨 반전 소설인 양, 허를 찌르는 내용들은 500년이 지난 지금에 읽어도 문화충격이다. 지식 편의점으로 유명한 이시한 교수의 아주 개인적인 군주론을 읽으며, 조금 더 쉽지만 와닿는 군주론을 맛본 시간이었다.
군주론을 집필한 사람은 알다시피 마키아벨리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는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는데, 그때도 마키아벨리의 이름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바로 이 군주론이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헌정된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키아벨리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군주론의 저자이기에, 당연히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물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하급 공무원 출신에 유력한 집안이거나 귀족 출신도 아니었다. 과거에는 영예가 있었지만, 마키아벨리가 출생할 즈음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이 책은 내 예상과는 좀 달랐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그는 하급 공무원 출신이었기에 권력의 정점에서 책을 기록할 수 없었다. 단, 자신의 위치에서 객관적인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긴 했지만 말이다. 또한 군주론이 메디치에게 헌정되긴 했지만, 메디치의 군주로서의 자질을 돕기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헌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마키아벨리도 운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의 헌정 이후 메디치가는 조금씩 몰락하기 시작했고, 메디치가와 척을 진 인물이 정권을 잡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시간 동안 마키아벨리는 불평하고 포기했을까?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꾸준히 고전을 읽고(그것도 목욕재계를 하며 글을 읽었다고 한다.) 지식과 지혜를 쌓았다고 한다.
저자는 4장으로 나누어 군주론을 설명하고 분석한다. 1.2부는 거시적인 개념으로 바라본 군주론을 논했다면, 3,4부는 좀 더 지엽적이고 미시적으로 군주론을 바라봤다. 또한 앞으로 군주론을 읽을 독자들에게 어렵지 않게 군주론을 읽을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군주론의 내용을 밸런스 게임 형태로 설명한 부분이었는데, 5가지의 내용 중 단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아니 500년 전에 쓴 책이 왜 현대인 보다 더 현대인 같은 것인가? 변명을 하자면, 우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배여있는 동양 사상 때문에 좀 더 이상적이고, 도덕적인 선택을 하는 게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 예로 저자는 미국의 대통령 빌 클린턴을 이야기한다. 과거 빌 클린턴은 비서인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이 사실로 밝혀져서 곤혹을 치렀다. 우리나라였다면 어땠을까? 그의 능력과는 별개로 바로 탄핵당했을 것이다. 서양은 정치와 윤리를 별개로 본다고 한다. 윤리적이지 못해도 정치적 능력이 있다면, 굳이 끌어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생각은 마키아벨리로부터 내려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군주론 안에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조언들이 담겨있었다.
미래에 대한 큰 계획도 중요하지만, 매일의 삶에 충실하는 것. 그 매일매일을 꾸준히 살아가는 것. 그리고 이상적인 판단만을 강조하다가 현실을 잊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500년 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통해 마주할 수 있었다. 저자의 팁과 함께 군주론을 마주해야겠다. 우리보다 더 현대인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