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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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한 맛이 있다. 집에 정사 삼국지(진수)도, 황석영 작가 번역의 소설 삼국지(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설)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 표지 말고는 펼쳐보지 않았지만 말이다.(이게 바로 내 책이 되는 순간 언젠가 읽겠지...의 폐해다.) 그렇다고 삼국지의 내용을 1도 모르는 건 아니다. 10권짜리 전집은 아니어도, 두 권으로 축약한 책은 읽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삼국지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이문열 번역의 삼국지를 읽다가 2권 초반에 접었던 적이 여러 번이다. 여러 가지 사정 때문이다. 삼국지연의 전집을 들일 때도 그래서 나름 고민하고 자문을 구한 다음에 구입했지만 읽지 않을 바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삼국지 기행이라는 제목을 마주한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3세기(정사 삼국지 기준)부터 이어져 온 위. 촉. 오 3국의 배경이 되는(또는 15세기- 삼국지연의 기준) 곳이 과연 현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었고, 또 하나는 삼국지 기행이 흥미롭다면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를 읽는 데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다행이라면 두 권의 삼국지가 궁금해졌다. 내용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저자가 언급하는 장소 속에서 벌어졌던 일의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책은 2009년 동일 저자가 쓴 책의 증보판으로, 저자가 약속했던 내용을 지키기 위해서 과거의 다녔던 지역 중 일부를 다시 다녀보고 책을 손봐서 다시 내놓았다고 한다.

사실 삼국지의 내용을 정확히 꿰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1.2권으로 나뉘어서 담긴 이야기가 각 권의 어떤 부분을 놓고 답사했는지를 쓸 수 없는 게 아쉽다. (제목과 내용을 보자면 유비와 관우, 장비의 만남부터 동탁의 정권을 잡고 적벽대전이 벌어지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다행이라면 저자가 각 장소를 다녀오면서 삼국지 속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내기 때문에 삼국지를 읽지 않았어도 책을 읽는데 무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 책은 두 책(정사 삼국지, 삼국지연의)을 대비하며 실제 역사와 다른 소설만의 내용에 대해서는 적절한 코멘트를 남기고 있기 때문에 진짜 역사와 창작된 역사를 구별하며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가 직접 다녀온 삼국지 속의 배경지를 언급하기에 앞서서 앞으로 갈 곳의 지도를 먼저 보여준다. 삼국지 속 어떤 부분의 내용인지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실제 사진이 함께 담겨 있기에 읽는 맛보는 맛이 쏠쏠하다. 사실 상당히 오래된 역사인지라 과연 오랜 세월 동안 그 장소가 잘 보존되어 있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책 속 내용을 마주하니 극과 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 중 상당수는 파헤쳐 지고, 그냥 터만 남아 있거나 터 조차 없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오히려 찾아간 저자나 글로 마주한 내가 민망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 다른 장소는 관광객을 위해 과할 정도로 꾸며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삼국지가 워낙 유명한 책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 테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기왕이면 차라리 후자처럼 보존이 되어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1권에는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조조와 관련된 장소와 함께 삼국지연의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순서에 따라 황건적, 동탁, 여포, 원소 등과 관련이 깊은 장소가 등장했다. 우리도 유비와 조조에 대한 온도차가 상당한 것처럼, 중국인들 역시 그런가 보다. 상대적으로 조조와 관련된 장소(고향을 비롯하여)들의 경우 마을 사람들조차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 보존 상태도 아쉬움이 남으니 말이다. 또한 누구나 삼국지 하면 떠오르는 삼 형제의 도원결의가 실제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도원결의 장소는 관광객을 위해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놓긴 했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2권에서는 삼국지의 어떤 장소가 등장할지 역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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