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을 진단한다 - 서울의과학연구소 SCL의 도전과 성취 우리는 행복을 진단한다
이경률 지음 / 예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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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그것이 닥쳤을 때가 아니라 평상시에 대비할 때 극복할 수 있고, 성장도 이뤄 낼 수 있다.

SCL이라는 약자도, 서울의과학연구소라는 이름도 낯설다. 막상 접하고 보니,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낳은 후, 평생 갈 병원을 다 간 것 같을 정도로 수시로 병원을 다니게 된다. 특히 둘째는 태어나서 돌이 되기 전에도 3번이나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병치레가 잦았다. 동네에 어린이 전문 병원이 있다 보니, 동네 소아과에서 소견서를 들고 간 적도 있었는데 갈 때마다 피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사들을 한다. 백일도 안된 아이를 붙잡고 보이지도 않는 혈관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간호사 앞에서 소리 없이 펑펑 눈물만 흘렸던 적도 있다. 여러 번 검사를 하고, 입원하면서 링거 때문에 양쪽 손에 이어 발까지 혈관을 찾다 보니 나중에 간호사가 넋두리 같은 한 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보호자 입장에서 병원에 가자마자 가타부타 각종 검사를 들이대는 의사의 태도는 솔직히 의심스러웠다. 동네 소아과에 가면 딱딱 처방해 주고, 약도 지어주는데 왜 큰 병원만 오면 각종 검사들을 들이대고, 그 검사 결과 또한 결국 무슨 병인지 명확히 나오지 않을 때도 많으니 말이다. 물론 얼마 전 현직 의사가 쓴 에세이를 읽고 난 후, 검사에 대한 불신이 좀 사그라들긴 했지만, 검사 결과를 받는 데 며칠씩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도대체 이런 검사는 어디서 결과를 얻어오나 내심 답답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바로 이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었던 책이 이 책이었다. SCL은 서울의학과학연구소의 약자로, 1983년 개원해 올해로 40년이 되었다. 이 책은 전 연세대 의대 교수였던 이경률 현 SCL 헬스케어 회장이 쓴 책이다. 그는 진단 검사의학을 전공했는데, 큰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2000년대 초반 어려움을 겪자 교수를 그만두고 SCL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책 속에는 낯설기만 한 진단 검사의학이라는 분야의 필요성과 설명과 함께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가 적절하게 섞여있다.

무엇보다 SCL의 성과는 40년간 쌓아온 노하우도 노하우지만, 2019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다. 핀란드 메이라이덴병원에서 코로나 검체 요청이 온 것이다. 타국과의 테스트 경쟁을 거쳐 SCL이 선정된 것은 빠른 결과 도출과 정확성에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은 SCL이 걸어온 40년의 성과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기업을 경영하며 마주했던 이야기들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굴지의 기업들의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다. 경영 서적으로 봐도 문제가 없을 듯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세 가지가(SCL 이야기,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다국적기업의 예, 경영 이론)가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 회장의 경영 모토는 무엇일까? 책의 곳곳에서 그는 누차 언급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휴먼에러(Human Error). 그렇기에 인간의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2000년대 새로운 경쟁회사로 직원 중 핵심인력이 갑자기 빠져나가게 된다. 인수인계는 물론 고객사에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고 한다. 큰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의학에 IT를 접목해서 자동화 과정으로 바꾼 것이다. 덕분에 검사 오류가 상당수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핵심인력이 빠져나가도 회사가 휘청 되는 어려움을 줄이게 되었다. 물론 책 속에는 크고 작은 위기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검체가 늘어남에 따라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퇴사 역시 그중 하나였다. 상황을 알기에 차마 잡을 수 없었던 이야기는 코로나 관련 해제가 이루어진 지금에서 보기에도 참 안타까웠다. 그뿐만 아니라 몇 년 전 큰 문제가 되었던 가습기 살균제 관련 내용 또한 만날 수 있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변화의 바람에 맞추어 꾸준히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회사와 회사의 경영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지 못했던 진단 검사의학이라는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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