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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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있는 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한다.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도 돼."

"알겠어요." 나는 울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한다.

아주머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넌 너무 어려서 아직 모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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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 친척 집에 보내서 조금이나마 입을 줄이는 방법 말이다. 이 책 속 주인공인 소녀는 이름이 없다. 그저 "얘야" 혹은 "아이"로 불리니 말이다. 조만간 다섯째 출산을 앞둔 가정의 셋째 딸인 주인공은 가난한 살림의 입을 줄이기 위해 먼 친척네 집으로 가게 된다. 형편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만삭인 엄마는 여전히 할 일에 휩싸여 있다. 입 하나 던다고 형편이 나아질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그렇게 친척 아주머니 집에 도착한다. 책 속에 잠깐씩 등장한 아이의 아빠 댄은 글쎄... 예의를 모르는 사람 같았다. 아이를 두고 황급히 떠나는 듯한 모습에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아는 존 킨셀라 아저씨와 에드나 아주머니가 신경 써서 챙겨준 루바브 잎이 떨어져도 줍지 않는다. 킨셀라 아저씨가 주워줄 때까지 지켜보고 있을 뿐... 그러면서도 아이의 옷 가방조차 내려놓지 않고 황급히 떠나는 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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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간에 들어가게 된 소녀는 먼저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게 된다. 이렇게 따뜻하고, 많은 물에 담가본 적이 없는지라 당황스럽기도 하다. 아빠가 소녀의 옷을 두고 가지 않았던 터라, 아주머니의 옷을 입고 지내게 된 소녀는 낯선 환경에 잔뜩 얼어 있어서 그런지, 그만 매트리스에 실례를 하고 만다. 다음 날, 소녀의 모습을 본 에드나와 킨셀라의 반응이 놀라웠다. 아이를 탓하기 보다, 눅눅한 방에 재워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니 말이다. 기차와 소년이 그려진 벽지가 붙어있는 방에 걸려있는 옷을 입고 지내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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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의 초상이 났는데, 소녀 혼자만 두고 갈 수 없어서 킨셀라와 에드나는 소녀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알게 된 킨셀라와 에드나의 과거. 그들 또한 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조금씩 환경에 적응해 가는 소녀에게 집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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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친절하지는 않다. 짧은 소설 속에 드러내지 않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저 독자의 상상이나, 유추에 맡긴다는 듯 책 속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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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어보니, 아이에 대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겠다 싶다. 그렇기에 5남매를 챙기고, 입히고, 먹이고, 그 밖에도 많은 일 속에서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려가는 엄마인 메리와 아빠인 댄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들도 생활의 여유가 없었기에 사랑하는 자녀들을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분히 부모인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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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환경과 다른 대우를 받는 집에서의 생활이 아이에게는 또 다른 환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 이후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열린 결말 그리고 마지막 대사가 왠지 모를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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