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있는 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한다.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도 돼."
"알겠어요." 나는 울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한다.
아주머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넌 너무 어려서 아직 모를 뿐이야."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 친척 집에 보내서 조금이나마 입을 줄이는 방법 말이다. 이 책 속 주인공인 소녀는 이름이 없다. 그저 "얘야" 혹은 "아이"로 불리니 말이다. 조만간 다섯째 출산을 앞둔 가정의 셋째 딸인 주인공은 가난한 살림의 입을 줄이기 위해 먼 친척네 집으로 가게 된다. 형편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만삭인 엄마는 여전히 할 일에 휩싸여 있다. 입 하나 던다고 형편이 나아질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그렇게 친척 아주머니 집에 도착한다. 책 속에 잠깐씩 등장한 아이의 아빠 댄은 글쎄... 예의를 모르는 사람 같았다. 아이를 두고 황급히 떠나는 듯한 모습에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아는 존 킨셀라 아저씨와 에드나 아주머니가 신경 써서 챙겨준 루바브 잎이 떨어져도 줍지 않는다. 킨셀라 아저씨가 주워줄 때까지 지켜보고 있을 뿐... 그러면서도 아이의 옷 가방조차 내려놓지 않고 황급히 떠나는 꼴이라니...
낯선 공간에 들어가게 된 소녀는 먼저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게 된다. 이렇게 따뜻하고, 많은 물에 담가본 적이 없는지라 당황스럽기도 하다. 아빠가 소녀의 옷을 두고 가지 않았던 터라, 아주머니의 옷을 입고 지내게 된 소녀는 낯선 환경에 잔뜩 얼어 있어서 그런지, 그만 매트리스에 실례를 하고 만다. 다음 날, 소녀의 모습을 본 에드나와 킨셀라의 반응이 놀라웠다. 아이를 탓하기 보다, 눅눅한 방에 재워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니 말이다. 기차와 소년이 그려진 벽지가 붙어있는 방에 걸려있는 옷을 입고 지내는 소녀.
동네 사람의 초상이 났는데, 소녀 혼자만 두고 갈 수 없어서 킨셀라와 에드나는 소녀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알게 된 킨셀라와 에드나의 과거. 그들 또한 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조금씩 환경에 적응해 가는 소녀에게 집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는데...
책이 친절하지는 않다. 짧은 소설 속에 드러내지 않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저 독자의 상상이나, 유추에 맡긴다는 듯 책 속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간다.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에 대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겠다 싶다. 그렇기에 5남매를 챙기고, 입히고, 먹이고, 그 밖에도 많은 일 속에서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려가는 엄마인 메리와 아빠인 댄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들도 생활의 여유가 없었기에 사랑하는 자녀들을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분히 부모인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말이다.)
기존의 환경과 다른 대우를 받는 집에서의 생활이 아이에게는 또 다른 환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 이후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열린 결말 그리고 마지막 대사가 왠지 모를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