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마을 - 에밀리 디킨슨이 사는 비밀의 집
도미니크 포르티에 지음, 임명주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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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은 시가 얼음이라고 했다.

백오십 년 후 레너드 코헨은 시는 재라고 했다.

얼음이든 재든, 시는 불과 반대다.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 중 하나는 한 인물에 대한 전기지만, 위인전 같은 느낌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서술된 책이다. 위인전처럼 특정 인물에 대한 찬양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혹은 그 인물이 다녔던 곳을 다니며 당시 느끼고 봤던 것을 조망하는 형태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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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종이로 만든 마을 역시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전기지만,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대신 에밀리 디킨슨과 이 책의 저자인 도미니크 포르티에의 삶이 번갈아 가며 등장하면서 두 여인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무슨 이야긴가 싶었다. 그중 하나가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인물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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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은 부유한 디킨슨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이 책 한 권 안에는 에밀리 디킨슨의 삶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 형제들과 지냈던 때를 보면 겨울 눈이 가득 쌓인 마당에 누워서 천사 날개를 만들며 즐겁게 지냈던 시간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몇 년 새 에밀리는 사랑하는 형제들을 잃는다. 동생들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 속 인물들은 많이 닮았는데, 살아있는 형제들을 참고해서 그려져서 그런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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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가 태어나고 살았던 애머스트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녀가 만들었던 식물표본 집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지금도 하버드 대학교 휴턴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424개의 꽃과 식물 표본 중 시작은 재스민이다. 첫 번째 등장하는 식물이 재스민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재스민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박한 식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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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10편의 시만을 발표했고, 사후에 드러난 많은 시까지 무려 1,755편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시를 논하려면 당연히 에밀리 디킨슨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 정도로 에밀리 디킨슨의 영향은 참 크다. 그녀의 시는 참 다양한 곳에서 등장한다. 가령 설탕 봉지나 초콜릿 봉지에 그녀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녀는 늘 자연에서 머물며, 은둔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에밀리가 사랑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단지,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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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녀가 남긴 시와 편지들을 통해 에밀리 디킨슨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그녀의 모습을 그려낸 도미니크 포르티에의 전기 겸 에세이집이다. 저자의 글을 통해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 전반을 입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종이로 만든 마을이라는 뜻이 궁금했는데, 책 중반부의 지도 이야기를 통해 책의 의미를 마주할 수 있었다. 표절을 막기 위해 가상의 마을을 만들어낸 지도. 책 속에 담긴 에밀리 디킨슨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누구도 본 사람이 없지만, 도미니크 포르티에에 의해 세상에 나온 에밀리 디킨슨의 모습은 그래서 더 색달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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