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 -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서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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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억이 이후의 기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적어도 고전에서는 말이다. 몇 년 전, 고전을 한번 읽어보겠다는 새해 목표를 가지고 처음 마주한 책은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소설이었다. 그 이후 몇 편을 더 만났지만 매번 작품을 접하고 난 후 들었던 생각은 "왜 이런 막장드라마 같은 작품을 꼭 읽어야 할 "고전"이라고 치켜세우는 걸까?"였다. 몇백 년 전에도 막장 같은 출생의 비밀, 불륜 등 정말 드라마에서나 불법 한 장면들이 수두룩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요즘 정치적 색채를 진하게 띄는 저자인지라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제목에 대놓고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담겨있다 보니, 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아예 피하는 독자들도 많을 듯하다.(다행이라면 책 속에는 대놓고 자신의 정치색이나 생각을 언급하는 내용은 없었다.)

이 책의 강점이라면, 고전을 추켜 세우며 그럴듯하게(때론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극적이고 멋지게) 적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고전을 읽을 때 드는 고민은, 똑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왜 나는 평론가들이나 다른 독자들처럼 그런 있어 보이는 뜻을 집어내지 못하는가?이고 두 번째는 굳이 이 두꺼운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즘 시중에는 두꺼운 고전을 축약해서 서술하는 책들이 상당수 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이 책도 그런 책이라 생각하고 읽긴 했다.)였다. 다행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고민한 두 가지가 한 번에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대놓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그럼에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책 속에는 총 13권의 고전이 등장한다. 내 경우 그중 3권은 원전으로 읽었고, 2권은 다른 형태(반 축약본이나 만화)으로 읽었다.(총 5권이다.) 그럼에도 안 읽은 책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저자는 고전의 내용을 중간중간 설명하지, 축약 형태로 촘촘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이 책은 고전을 축약해서 설명하는 데 의의를 두는 게 아니라, 저자의 설명을 통해 고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볼까?' 하는데 의의를 둔 책인 것 같다.

예를 들자면, 파우스트를 설명하면서 악마(메피스토펠레스) 보다 더 쾌락을 좇는 주인공(파우스트)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반전(성경 속 욥과 달리 신학자 출신인 그는 악마의 유혹에 더 광분하여 달려드니 말이다.)의 맛이 있었음에도 쉽게 읽히는 친절한 고전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책 중간중간 자신의 경험담이 상당수 들어있는데, 또 그 그를 통해 고전을 이해하고 흥미를 돋우는 맛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서두 이야기처럼 차라리 저자의 경험이 더 흥미롭기도 하다.) 고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라고 모두가 올바른 것은 아니다. 부활 속 주인공 네흘류도프나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 처럼 말이다.

또 저자는 전혀 생각지 못한 키포인트를 주제로 띄우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안나가 남편과 아이를 저버리고 선택한 브론스키에게 집착 아닌 집착을 했던 이유가 다른 데 마음을 기울일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하니 말이다. 이를 통해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까지 도출해 내는 걸 보면 정말 놀랍기도 하다.

적어도 장수가 많긴 하지만, 진도가 잘나가는 편이라는 몇몇 작품은 진짜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1%에 속할 수 있다는 말도 은근 솔깃하고 말이다. 2019년에 시작해서, 겨우겨우(생각보다 얇게) 출판을 했다고 하는데, 다음 편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 책의 담당자는 속이 터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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