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 통치하는 국가는 가장 잘 통치되고 단합하는 반면에,
통치하고 싶은 욕망이 가장 많은 사람이 통치하는 국가는 그 반대가 될 것입니다."
과거 철학의 맛을 보고자 큰마음을 먹고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생각보다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점이었고, 그럼에도 진도 나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플라톤의 국가 역시 그렇다. 그때와 같이 소크라테스와 다른 인물들의 논쟁이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지만, 그렇다고 소설책처럼 진도가 술술 나가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우선 이 책의 저자인 플라톤은 이 책에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이라면 초반에 정의에 관한 토론을 시작한 플레마르코스와 2권부터 논의의 전체를 이어가는 플라톤의 두 형(글라우콘, 아데이만토스) 정도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책의 내용이 어렵지 않다고 느낀 것은 소크라테스와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서로 토론을 하며, 이야기를 계속 진행시켜나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령 시작인 정의에 대한 토론 역시 그렇다. 재산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정의로 연결된다. 과연 바르게 산다는 것, 정의란 무엇인가? 우연히 등장한 개념이라고 하기에는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플라톤의 국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단어를 꼽자면 바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1권과 2권에 이어 정의의 개념을 정리한 후, 소크라테스와 등장인물들은 한층 발전시킨 정의의 개념에서의 국가를 논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그에 대한 개념의 확장을 통해 각 개념을 아우르며 더 큰 틀과 구체적인 개념으로 확장시킨다. 가령 정의를 바탕으로 세워진 국가 안에서 국가를 구성하는 개개인들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이 있을까, 이상적인 정치체제와 현 정치체제의 이야기, 성별과 양육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가 정의라는 틀 안에서 등장한다.
철학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혼의 개념이 등장하기도 하고, 플라톤 하면 떠오르는 이데아와 동굴의 비유가 등장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사유재산에 관한 개념이었다. 사실 현재의 우리만 해도, 권력자가 물러난 후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게 전임 권력자의 부정부패에 관한 부분이다. 어찌 보면 극단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부정부패의 싹 자체를 뽑아버리는 상황이 될 테니, 재산의 착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봉사하고 나라를 제대로 통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이상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2,500년 전의 토론과 논의한 개념이 현재에도 유효하고, 때론 현재를 넘어서는 통찰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기에 그 옛날 철학자들의 지혜가 많은 것이 풍족하고, 발전한 현대에도 여전히 필요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에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