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논드호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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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똑같아. 허락받지 못한 탄생이니까.

허술하고 나태한 관리에 용케 살아남았다고 해도 별 수 없어.

죽은 것만 못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

지구에 더 이상 땅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의 계속된 환경파괴 덕분에 남북극의 얼음이 다 녹아내리고, 인류가 살 수 있는 땅은 점점 줄어든다. 위기를 느낀 인간은 성경의 노아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배를 만들기 시작한다. 총 19척의 배가 완성되었고, 한 배당 300만 명이 살 수 있게 된다. 물론 모두가 배에 거주할 수는 없었다. 처음 설계를 시작한 사람, 배를 만드는 데 상당한 돈을 들인 사람, 그리고 실제로 배를 만드는 데 노동력을 제공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 지인들이 탑승하게 된다.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그곳에서의 삶은 달라졌을까? 인류가 가지고 있던 각종 부조리와 불평등, 불합리는 사람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오히려 더 심각하면 심각했지, 좋아지지 않았다. 수호 그룹과 37주거단지촌.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나뉘어 한쪽은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한쪽은 인간다운 삶조차 영위하지 못하게 된다. 37주거단지촌의 거주민에게는 결혼도, 출산의 자유도 없다. 그저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찾아 헤매는 악취나는 삶만 주어졌을 뿐이다.

졸업을 3년여 앞둔 어느 날, 한 명의 전학생이 들어온다. 그들만의 리그 수호 그룹에 속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안락한 삶이 주어진다는 뜻이지만, 문턱을 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렇기에 전학생 몬구의 존재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또 한 명 산도. 그는 10년 전 다마논드 사립학교에 편입되었다. 그전까지는 37주거단지촌에서 삼촌 마요와 함께 살았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산도는 자신이 어떤 이유로 수호 그룹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저 자신의 부모가 오래전 사망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수호 그룹 안에 들어왔지만 다마논드 학생들은 산도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그 역시 이 학교만 졸업하면 그나마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기에 참을 뿐이다. 하지만 전학생 몬구는 달랐다. 거침없는 몬구를 보며, 산도는 걱정이 되었다.

마요는 오랜 연인 수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한다. 결혼도 출산도 할 수 없는 37주거단지에 거주하는 사람임에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임신 사실을 숨겼다. 밝혀진다면 낙태를 하거나, 설령 출산하더라도 아이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요는 다마논드 국립학교의 관리인으로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산도를 키워준 대가로 선장 보리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다.

한편, 해천제를 앞두고 심각한 병에 걸린 왕부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용왕의 선택을 받은 왕부는 다마몬드호의 큰 권력의 상징이다. 그리고 왕부와 그의 제자들은 평생의 삶이 보장되지만 왕부가 교체되는 순간 그들의 삶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다. 왕부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세력의 조종을 받는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왕부를 교체하려는 세력은 누구일까?

책의 표지만큼이나 다마몬드호 속 인물들의 삶은 참 처절하고 가슴 아프다.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것을 누리고, 타인의 것을 빼앗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땅에서 배로 삶의 장소만 옮겨졌을 뿐이지, 어느 것 하나 바뀐 게 없다. 오히려 제한된 장소 안에서 더 처절하고 끔찍한 행위들이 자행될 뿐이다. 해천제라고 부르는 그날은 모두가 바깥출입이 되지 않는다. 용왕의 말이 전해지는 날이기 때문에 거동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 속내는 다르다. 그날 배 속에 가득 찬 더러운 오염물질들이 배 밖으로 쏟아져 내린다. 금서로 불리는 책에는 인류가 땅에서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지만, 가진 자들은 땅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누리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배라는 갇힌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작품이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그 이후의 이야기가 후속편으로 등장하면 좋겠다. 끝이 개운치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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