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문답법 - 아이의 마음이 보이는 하버드 대화법 강의
리베카 롤런드 지음, 이은경 옮김 / 윌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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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같이 느낀다. 뭐 하나 아무런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적어도 육아에는 100% 적용되는 말 같다. 결혼 전, 친한 언니와 대화를 나누던 중 들은 이야기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내 대화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였다. 감정과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 보다, 지극히 업무와 일에 관한 이야기가 대화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대화의 시작 역시 일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막상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 대화를 돌아보니, 감정이나 일상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업무나 해야 할 일에 관한 이야기가 더 감정 소모가 적고, 마음을 덜 다친다는 경험이 만들어낸 언어습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직장동료처럼 업무로 만난 사이라면, 업무 관련 이야기만으로 대화를 채운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여지가 적다. 하지만 사적인 관계를 맺은 사이라면 어떨까? 대화가 될 수는 있지만 친밀한 관계를 맺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예전의 언니와의 대화가 떠오른 이유는 가정에서 아이와 남편과 대화를 나눌 때 여전히 나는 지극히 "업무"중심적인 대화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내가 할 일, 아이 어린이집 스케줄, 이번 주말에 있을 가족행사 등 대화는 대화지만, 남는 것 없고 깊이 없는 지극히 사실 중심적인 대화만 오고 갔기에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눠도 뭔가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바로 그런 내 대화법의 실체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책을 통해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다 보니, 나와 아이의 대화의 문제점이라 해야 할까? 아이의 말에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상당부문을 깨닫게 되었다. 가령 아이가 뭔가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봤을 때, 나는 현재 하고 있었던 일이 중심이 되다 보니 아이가 원하는 부분을 놓치는 경향이 많았다. 물론 대화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아이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친밀해지고,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지식적 확장의 단계를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와 친밀하고 밀도 깊은 진정한 대화를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듣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 뜻을 아이에게 관철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이 대화를 통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 지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육아서에서 이야기하는 마음 읽기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평범한 대화 속에서 작은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면 대화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 저자는 여러 상황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방법들을 각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친구관계 때문에 힘들어했던 시간을 보냈던 터라 5장에 담긴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는 관계 대화라는 부분에 더 관심이 갔다. 특히 친구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부모의 개입에 대한 부분은 정말 도움이 되었다. 저자가 예로 들었던 상황들을 나 또한 비슷하게 경험했던 터라, 더 공감이 많이 갔다. 아이의 결정을 믿어주고, 부모가 먼저 판단하고 끼어들지 않는 것. 때론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와 어는 다르다. 아이와의 대화를 어떻게 확장해나가느냐는 부모의 몫이다.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이와의 대화는 더 깊어질 수도, 끊어질 수도 있다. 시간의 양이 곧 질은 아니라는 사실. 이번에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우선은 아이의 말을 잘 들어보자. 그 안에 답이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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