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처럼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익숙함을 느꼈다. 매 주일 예배마다 성경을 통해 들어온 익숙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오늘의 이스라엘은 어떨까? 과연 현재도 성경 속 이야기와 같을까? 궁금했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와 같은 지리적 특성을 비롯하여, 세계 전체의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 부만큼이나 똑똑한 민족으로 알려진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 책은 전 이스라엘 대사였던 저자가 실제로 경험한 이스라엘의 진짜 이야기를 7가지 키워드로 엮은 책이다. 이스라엘 하면 떠오르는 것은 성경과 대학살이다. 성경 속 "선민"으로 불리는 그들은 나라 없이 떠돌이 생활을 상당히 오래 했다. 그럼에도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디아스포라로 살았다. 나라 없이 떠돌던 그들은 나치 정권의 히틀러에 의해 대학살을 경험하고, 목숨의 위협과 공포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그렇게 나라 없이 떠돌던 그들이 1948년 5월 영국이 독립을 선포하자마자, 당일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이스라엘 하면 자연스럽게 유대인(유태인)이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 이스라엘의 1/4은 아랍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중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편리하고 현실적인 것, 융통성 있게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음에도, 여전히 이해 안 되는 잣대를 가지고 있는 나라 또한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하나가 종교이고, 하나가 가정생활이다.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의 원칙은 엄마가 유대인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엄마는 유대인이 아니지만 아빠가 유대인이거나, 조부모 중 누군가가 유대인이라면? 원칙상 유대인이 아니다. 지금이야 배우자가 유대인이거나, 조부모 중 한 명이 유대인이거나, 유대교로 개종한 경우도 유대인의 범주에 속하긴 하지만 정통을 중시하는 극단적 유대인들(하레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안에서도 정통파가 갖는 힘은 참 대단한 것 같다. 결혼도 "정통파 랍비"가 주례를 선 것만 종교 법원에서 결혼으로 인정하니 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혼인데, 남편이 사망한 것이 공식적으로 증명되거나, 남편으로부터 이혼서류를 받을 경우에만 이혼이 인정된다. 가령, 남편이 실종되었거나 의식불명 상태에 있거나,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수십 년 동안 당해도 이혼서류가 없다면 결혼이 지속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아구나). 물론 가정폭력 등의 사유로 이혼을 하려고 법원의 도움을 받더라도, 남편이 모르쇠로 나오면 이혼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덕분에 장례식은 물론 직장인들의 경우도 복장이 상당히 자유로운데, 그런 그들의 문화는 직장 내에서도 서열이나 직급 등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렇다 보니 이스라엘 사람들의 특성을 표현하는 단어로 실제 이스라엘 사람을 의미하는 ISRAELI에 맞춰 설명하고 있는 글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사막 지역의 작은 땅에서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살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 때문인가 인구 규모 대비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 또한 이스라엘이다. 틀에 박힌 생각이 나 보이려는 의식이 아닌, 계급장 떼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바로 그런 부와 부가가치를 창출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을 겪고 있고,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종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젊지만 오래된 나라 이스라엘의 이야기. 그들의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를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