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 살아라. 그래도 괜찮다. 아빠도 너를 위해 사니까.
스웨터의 머리 부분에는 얼굴이 아닌 다양한 색상의 공이 담겨있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여러 편 읽었는데, 그래서일까? 공을 보자마자 떠오른 이미지는 기묘한 내용 혹은 다중인격의 이야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묘한 이야기도, 다중인격이라 불리는 이야기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주된 포커스는 인생의 "아름답고","감동적인"이야기들이었다. 선입관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근데 한편으로는 그런 정반대의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책 속 이야기가 더 가슴에 박히기도 한 것 같다.
책 속에는 다양한 분량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5페이지 내외의 짧은 초단편부터, 수십 페이지 분량의 단편까지 담겨있는데, 인생 박물관은 그중 한 작품의 제목이다. 우연히 문 닫힌 박물관 앞에서 만난 할아버지 말대로 자신만의 박물관에 들어가게 된 김민서 박물관에서 민서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인생 박물관에서 본 조형물의 내용이 실제로 다음날 펼쳐지자 당황스러운 민서. 그리고 다시 들어간 박물관에서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조형물을 보고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통해 조형물을 없애는 방법을 듣게 된 민서는 자신을 도울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자신에게 부상을 입혔던 김우성에게 부탁을 한다. 하지만 우성이 박물관에 갇히게 되고(실제로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우성을 구하러 들어갔다 이번에는 민서가 박물관에 갇히게 된다. 아무리 두드려도 탈출할 수 없는 김우성 박물관을 둘러보며 민서는 우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되는데...
여러 편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아들이 간판에 넣을 조언 한 줄을 달라는 말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변의 교수와 잘나가는 선배들과 견주어서도 꿀리지 않는 한 줄 때문에 고민인 아버지. 친구와 술자리를 가지며 이야기를 꺼낸다. 우연히 옆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한 줄을 이야기하게 되고, 모두의 이야기의 결론 한 줄을 아들에게 보낸다. 과연 그 한 줄은 무엇이었을까?
너무 착하게 살아온 그녀 진수희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유난히 운수가 좋았던 그 하루를 마지막으로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원래는 전날 사망해야 했지만, 저승사자의 명패를 찾아준 공으로 하루를 더 주었다는 말에 수희는 너무 속이 상했다. 하필 그날이 운수 좋은 날(멋진 남자와 미팅 후 애프터를 받음, 팀장으로 승진, 공기청정기 선물을 받음 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운수 좋은 날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수희가 그동안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사실을 저승의 문턱에서 알게 된다. 과연 수희에게는 더없이 운수 좋은 날이 이어질까?
책 속에 등장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눈물이 핑 돌고,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뛰는 이야기들이었다. '세상에... 잘 됐다... 그럴 줄 알았어... 다행이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주한 작가의 말! 반전 아닌 반전에 정말 "빵"터졌다. 물론 앞 이야기의 감동이 켜켜이 쌓였기에 가능한 한마디가 아니었나 싶다.
소설이지만, 실제 이야기였으면 싶을 정도로 마음이 가는 작품들이 많았다. 호러나 공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였기에,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들이 생각날 때마다 따로 적어놨던 것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봄이지만 여전히 어둡고 추운 마음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이 작품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삶 역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처럼 결국은 웃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