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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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과 학대에 대한 소식들을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요즘이다.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화가 난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 일을 저지른 사람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하기에 용서라는 단어가 과연 허용되어야 할까 싶다.

한밤중의 아이라는 제목이 무슨 뜻인가 궁금했다. 얼마 전 저자의 에세이를 읽었던 터라(그 책을 통해 저자가 10년간 싱글대디로 아이를 양육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 말미에 번역자에 의해 그 내용이 언급된다.) 책 속 내용 속에 공감의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의 배경은 나카스다. 일본 지명을 잘 알지 못했는데, 검색해 보니 나카스는 실제 있는 곳으로 유흥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아마 그랬기에 이 책의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카스에 부임한 경찰 히비키는 밤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여 경찰서로 데리고 온다. 가토 렌지라는 아이였다. 엄마인 아키네는 클럽에서 일하고, 아빠인 마사카즈는 호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정의 환경이 그렇다보니 렌지는 부모에 일 때문에 방치되어 있었다. 히비키는 그런 렌지가 가여워서 외조부모에게 연락하여 주의를 주기도 하고, 아동 종합상담 센터에 위탁을 하기도 하지만 번번이 렌지는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그런 부모의 방치와 유기에도 불구하고 렌지는 자란다. 환경적으로 절대 좋다고 할 수 없는 유흥가에서 자랐음에도 나카스에는 히비키 만큼이나 렌지를 돌보고 도와주는 많은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가 고픈 렌지에게 음식을 권하는 주인들을 비롯하여 삐끼 일을 하는 외국인 이시마 아쓰시, 공원에서 노숙을 하지만 렌지와 친구가 된 겐타씨 등 렌지에게 인사를 건네며 렌지의 형편을 살피며 부모 대신 양육을 도와준다.

문제는 렌지에게 호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엄마인 아키네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렌지를 임신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력 때문에 남편에게서 도망쳐 나온다. 호적에 올리는 순간, 남편이 렌지의 존재를 알게 되기 때문에 일부러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렌지는 학교에 입학할 나이임에도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하게 된다. 안타까운 마음에 경찰인 히비키가 알아보지만 쉽지 않았다. 우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컸다. 그날도 자신의 영역인 나스카의 다리를 돌아다니며 x 표시를 하고 있던 렌지는 자신과 비슷한 키의 아이를 만나게 된다. 히사나라는 아이였는데, 알고 보니 렌지 외에 유일하게 나카스에 사는 아이였고 렌지와 동갑이었다.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된다.

렌지가 속한 지역의 분위기가 그래서일까? 어린 나이에 렌지는 끔찍한 사건을 목도하게 된다. 자신의 친부에 의해 양부가 살해되는 장면 말이다. 아이에게는 너무 끔찍한 기억일 텐데, 렌지는 외조부모의 집으로 보내졌다가 다시 나카스로 돌아온다. 하지만 머물 곳이 없다. 그런 렌지에게 자신의 집을 내주는 겐타를 비롯하여 자신이 가진 부적을 건네줬던 이시마 처럼 렌지를 보호하는 울타리들이 있었다. 렌지의 상황은 시간이 지나도 변화되지 않는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에 렌지가 갖게 되는 직업이나 환경들 또한 그 이상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그럼에도 다행이라면 그 방어막마저 없었다면, 렌지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누구보다 유명했던 한밤중의 아이인 렌지. 렌지와 나카스 사람들의 우정 그리고 안타까운 환경과 상황들을 통해 소외되고 방치된 아이들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목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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