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도 단편도 다 좋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뭔가에 푹 빠지고 싶을 때는 장편이, 정신없이 바쁠 때는 단편이 좋다. 특히 벽돌 수준의 장편소설을 읽을 때는 어느 정도 여유시간이 필요하다. 집중하지 않으면 앞에 내용이 뒤죽박죽되는 경우가 있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짬짬이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한다. 가령 화장실을 이용할 때나 양치할 때, 짧은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아이를 하원 시키며 대기할 때 등... 문제는 그런 시간이 대략 3~5분, 길어야 10분 내외기 때문에 작품 하나를 읽기에는 참 애매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깝고(사실 아깝다기보다는 심심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말이다. 그 시간에 읽기 딱 좋은! 바로 쇼트-쇼트 소설집이 호시 신이치의 작품집이었다. 길어야 6~7페이지 정도 분량이고, 짧으면 3페이지 정도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에 2~3편도 읽을 수 있고, 연결되는 작품이 아니기에 읽고 끝내면 돼서 가뿐하다. 마치 3분 요리 같은 기분이랄까? 근데 무려 50작품이나 된다. 50작품을 한 권에서 만나보다니! 이거야말로 남는 장사 아닐까?ㅎㅎㅎ
수록된 작품의 수가 많은 만큼 내용 또한 천차만별이다. SF 소설은 물론이고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소설도 있고, 마치 탈무드 같은 교훈을 주는 작품도 있다. 짧지만 반전이 있는 소설도 있으니 정말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작품집이라고 해야겠다.
짧게 몇 편만 소개해 보자면, 첫 번째 등장한 악마라는 작품은 인간의 욕심을 엑기스만 담아낸 것 같았다. 정말 탈무드에 있을법한 내용이라고나 할까? 얼음 낚시 중 물고기도 아닌 이상한 물체를 낚은 N씨. 낚싯대를 올리자 검은 물체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른다.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하는 이 생물에게 N씨는 농담삼아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금화 한개를 건네는 악마. 처음에는 농담삼아 시작했지만, N씨는 악마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그럴때 마다 악마는 참 욕심이 많다 하면서 금화를 계속 건네준다. 과연 그 많은 금화를 가지고 N씨는 무엇을 했을까? 힌트라면 금화를 건넨 존재가 악마라는 것이다.
또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머니 에이지라는 작품인데,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는 사회의 모습이 특이했다. 학교에서 예습을 안해도 벌금을 내고, 낮은 시험점수를 고치는 데도 돈을 내면 해결된다. 지각을 해도 벌금으로 은화를 낸다. 그러다보니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게 되는 사회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딜을 하는 방법이나 더 이득을 보는 쪽으로 생각이 커진다. 벌금계산기라는 것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했지만, 갑작스러운 손님 방문에 돈으로 해결하는 모습도, 학교에 낼 벌금을 위해 돈을 거스르는 모습도, 각종 문제들의 해결책 역시 돈이다. 현재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아서 그런지 낯설지는 않다. 그렇다고 돈이 만능은 아닌데 말이다.
각기 다른 맛의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도, 사회의 모습도, 해결의 모습도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계속 시리즈가 등장할 것 같은데, 다음 작품도 기회가 되면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