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제목이지만, 소개 글을 보며 흥미가 생겼다. 우리의 일상의 이야기를 윤리 속으로 끌어들이는(윤리를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일 수도) 상황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 즈음 겪어봤거나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상황이기에 말이다. 저자 소개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한 줄의 저자 소개가 필요할 듯하다. 내용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 상당히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굿 플레이스"다. 넷플릭스를 안 보는 사람이기에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데 자꾸 언급하는 거냐?' 굿 플레이스는 넷플릭스에 방영한 윤리를 주제로 한 드라마로,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슈어는 굿 플레이스의 제작자다.
책 속에 등장하는 질문이 익숙한 이유는 일상의 질문이기도 하지만, 마이클 샌델의"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마주했던 이야기들도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상의 질문이 그저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독자들이 철학을 좀 더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예를 등장시키지만 철학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나 칸트, 실존주의 등이 등장하니 말이다.
다행이라면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말장난과 유머가 난무하고, 실제적인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가 비집고 들어와있다. (팁이라면 중간중간 각주가 자주 등장하는데, 각주를 함께 읽으면 더 흥미롭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은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얼굴을 후려쳐도 될까?"라는 질문을 통해 등장한다. 이 질문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할 것이다. 왜일까? 내가 윤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이어서? 우리 안에 판단할 수 있는 윤리적 잣대가 있기 때문이다.(물론 친구의 얼굴을 후려친 후 친구의 반응이 두려워서 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절대적 윤리, 완벽한 윤리의 삶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 정답은 노! 다. 저자는 중용을 설명하며 극단적인 자질을 예로 든다. 중용은 말 그대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간지대를 의미하는데,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위험한 상황을 보고 침만 질질 흘리며 바라보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반대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규칙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뭐든지 적당해야 좋은 것이다. 과유불급!
첫 번째 질문이 쉬웠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친구가 이상한 셔츠를 입고 왔을 때,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야 할까? 시식코너에서 몇 개나 먹어도 될까?(한 사람당 하나라고 쓰여있지만 더 많이 먹어도 될까?), 수백만 명이 굶어죽고 있는데 최신 핸드폰을 사도 될까? 등의 질문 말이다.
흥미롭지만, 읽고 나면 생각의 틀이 넓어지는 신기한 윤리의 맛을 보고자 한다면 가감 없이 추천한다. 대신 읽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은 유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