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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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접하고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지극히 정사를 다루고 있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평 설이었다. 사실 그동안 조선시대의 왕 중 가장 무능한 왕이라면 단연 "선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선조와 인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업적을 세운 왕에게 붙이는 "종"이 선조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굳이 둘 중 하나를 따지자면 차라리 선조에게 어울리겠다 싶다. 인조는 정말.... ㅠ

이 책은 인조를 중심으로, 그와는 떼려야 ?? 수 없는 전쟁이었던 병자호란과 함께 "병자호란 전 인조(1부). 병자호란 중 인조(2부), 병자호란 후 인조(3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책에 함께 담긴 1636은 병자호란이 발발한 연도를 말한다.(실제로 청의 홍타이지의 군대가 국경인 압록강에 다다른 시기는 음력 12월 8일로, 양력으로 보자면 1637년 1월 3일이기에 현재의 태양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병자호란이 아니라 정축호란이어야 맞는다고 한다. 다시는 음력을 썼으니... 병자호란이라 불리는 것이다.)

조선의 왕 중 단 두 명만 "군"이라고 불리는데, 한 명은 연산군이고 또 한 명은 광해군이다. 광해군을 중심으로 앞은 선조, 뒤는 인조다. 무능한 두 명의 왕 사이에 끼어있는 광해군에 대한 평가가 오히려 좋은데, 여러 가지 이유(폐모살제, 명나라를 배신, 무리한 공사를 벌임 등)로 쫓겨났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반정 끝에 왕이 된 인조는 우선 광해군의 측근들을 처치한다. 인조를 왕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하기로 되어있던 김류는 두려움에 반정을 일으키고자 했던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주위 사람들의 강권에 이괄이 대장이 되기로 한다. 하지만 뒤늦게 합류한(그에도 사연이 있다.) 김류에게 다시 대장직을 넘기게 된 이괄은 큰일을 해냈음에도 2등 공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괄의 난에 대한 부분이었다. 교과서에서 정말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만났던 이괄의 난의 실제 이야기를 알고 나니,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공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가족들의 목숨까지 위협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그렇다고 이괄의 난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임진왜란의 선조도, 병자호란의 인조도 자기 살기 급급한 나머지 백성을 두고 몽진한다. 가뜩이나 삶이 팍팍한데, 온 백성의 어버이라고 말하는 임금이 백성을 두고 자기 살길만 찾아 나선 상황을 마주했을 때 백성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사실 광해군의 폐위에 대한 부분도 폐모살제, 명에 대한 배신 등은 백성들의 피부에 와닿는 이유가 아니었다고 한다. 과도한 부역을 동원했던 것이 문제였지 말이다. 하지만 인조 역시 별반 차이가 없었다. 도망쳤다 돌아와서 민생을 살피기보다는 자신 위주의 정책들을 개편하기에 급급했으니 말이다. 시작부터 이렇게 틀어진 인조 정권은 병자호란이라는 큰 전쟁을 마주하며 대놓고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반면, 지도자의 무능에 비해 백성들은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싸웠고 자리를 지켰으니 말이다. 이 둘의 비교가 더 씁쓸함을 자아냈다.

거기에 얹힌 소현세자의 이야기까지... 참 인조는 구색 맞추기를 좋아하는 왕이었던 것 같다. 그놈의 명분이 뭐라고... 아들과 며느리까지 그렇게 냉대할 수 있었을까? 늘 역사를 마주할 때마다 느끼지만, 그때 인조가 아닌 소현세자가 왕이었다면, 인조에 의해 반정이 일어나지 않고 광해군이 계속 왕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컸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의 현재는 전쟁 상황은 아니지만, 총만 들지 않았지 여전히 우리는 전쟁통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위정자의 자질은 무엇일까? 인조의 과거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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