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과 빨간 장갑
안도 미키에 지음, 무라오 고 그림,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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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듣고, 표지를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장갑과 암탉의 기묘한 조화가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첫 장면부터 장갑이 등장한다. 수아의 빨간 장갑이 빨랫줄에 걸려있다. 오른손 장갑이 잘난 척을 하며 이야기한다. 왼손 장갑보다 자신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이다. 셔츠가 중재를 하고자 하지만, 이미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오른손 장갑은 셔츠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른손잡이인 수아가 오른손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자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바람이 그 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빨래집게에서 떨어져 나간 오른손 장갑은 지붕 위에 걸린다. 지붕 위에 올라간 장갑은 닭들의 모임을 보게 된다. 어린 암탉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 하지만 나이 든 암탉들은 어린 암탉이 탐탁지 않다.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수탉만이 할 수 있단다. 넌 암탉이니 조용히, 큰 소리를 내지 말고 있으라고 말이다. 그때 또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지붕에 걸려 있던 오른손 장갑이 바람에 암탉들 무리로 날아온다. 갑작스러운 장갑에 등장에, 암탉들은 관심을 갖는다. 그때! 장갑을 보자마자 어린 암탉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머리 위에 장갑을 쓰는 게 아닌가?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다른 암탉들에게 보이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토록 원하던,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수탉의 볏 처럼 보이냐는 말이었다.

 

 

 

이제는 수탉처럼 보이니, 큰 소리로 울어도 되겠죠? 암탉은 빨간 장갑 볏으로 암탉에서 수탉이 되었다. 자신의 모습이 궁금했던 어린 암탉은 장갑을 쓴 모습을 물에 비춰보았다. 어땠을까? 늠름해 보였을까?  

 

 

 

짧은 동화 속에 두 모습이 등장한다. 자신의 가치를 뽐내고 싶었던 빨간 장갑과 수탉처럼 큰 소리를 내고 싶었던 어린 암탉. 아무리 장갑을 볏 처럼 써도 암탉은 수탉이 될 수 없다. 암탉은 암탉만의 모습이, 수탉은 수탉만의 모습이 있다. 그저 자신의 모습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 게 가장 나다운, 가장 암탉 다운 게 아닐까? 또한 아무리 오른손을 많이 쓴다고 해도, 장갑 한 짝은 가치가 없다. 두 짝이 있어야 비로소 장갑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혼자 뽐내기 좋아하는 오른손 장갑도, 볏이 없어서 큰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암탉의 무리도, 자신의 가치와 타인의 가치를 자신의 기준으로 재단했기 때문에 그런 우를 범하게 되었던 것이다.

책은 평등과 꿈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어린 암탉은 빨간 장갑과 함께 수탉의 꿈을 이루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자신에게 어울리는 진정한 가치를 알았기에 가짜 볏을 벗어 버리고 다시 무리 속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홀로 남겨진 오른손 장갑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다시 만난 왼손 장갑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을까? 어떻게 읽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책 속 교훈이 다른 관점에서 보일 것 같아서 더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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