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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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정의,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의 방식.

이런 데서 진실을 찾으려고 하다니 당신은 바보군요, 포스트 씨."

"내가 하는 일이라서 그래요, 지크.

진실을 알아내야만 퀸시를 교도소에서 빼낼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 읽은 작품과 제목의 한 글자만 다를 뿐인데, 내용은 극과 극이다. 한 작품은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였고, 한 작품은 그 죽음으로부터 살리기 위한 일을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니 말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컬런 포스트. 로펌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실패하고 국선 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도저히 변호할 수 없는 악질의 피의자를 만난 후 공황상태에 빠진다. 도저히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는 차를 몰고 외조부 집으로 도망친다. 직업뿐 아니라 결혼생활 3년도 정리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신부 베니 드레이크를 통해 마음의 위로를 얻고 그는 신학교에 진학해 사제가 된다. 서배너의 구도심 브레이턴가로 배치되어 신부로 일하던 중, 누명을 쓰고 복역 중인 프랑수아 테이텀(프랭키)의 변호를 맞는다. 그리고 프랭키의 누명을 벗겨낸다. 그 일을 통해 그는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던 비키 골리와 함께 수호자 재단의 변호사로 일하게 된다.

그들이 함께 운영 중인 수호자 재단은 재정적으로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무죄임에도 오랜 시간 죄 없이 복역 중인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후원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14년간 범인 대신 복역했던 프랭키 역시 많은 보상금을 받았기에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자유를 되찾아 준 포스트와 함께 자신과 같이 억울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수호자 재단에서 일한다.

사형집행 1시간 44분 남은 듀크 러셀은 마지막 만찬인 스테이크를 요청한다. 초조한 마음은 그의 변호인인 포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다행히 집행 직전 사형 집행이 미뤄진다. 시간을 번 것이다. 물론 듀크 러셀 사건의 진범을 포스트는 이미 알고 있다. 단지, 그가 확실한 진범이라는 정확한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듀크 러셀도, 변호사 키스 루소 살해 사건에 범인으로 몰려 22년째 복역 중인 퀸시 밀러 역시 검사가 만들어 낸 밀고자들 덕분에 누명을 쓰게 되었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배심원 제도를 채택 중이다. 범인을 만들기 위해 검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증거를 거짓으로 연기하여 배심원들을 속일 밀고자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을 연습시켜 진범이 아닌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구속하기도 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다. 사실, 퀸시 밀러의 국선 변호사였던 타일러 타운센드 역시 이 모든 증거의 거짓을 밝히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지역이 80% 이상의 백인이 사는 곳이었던 것도, 퀸시 밀러가 과거 키스 루소의 의뢰인으로 이혼 사건의 결과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고, 퀸시 밀러가 흑인이었던 것도, 퀸시 밀러의 전 아내를 비롯하여 검사 측이 만들어 낸 밀고자들이 퀸시 밀러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것도 그가 누명을 쓰고 22년째 복역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범인이 아니기에, 수호자 재단은 억울한 이들의 자유를 되찾아 주기 위해 밀고자들을 비롯하여 잘못된 증거와 증인들의 거짓을 바로잡기 위해, 그를 넘어 잘못된 권력들에 맞서는 일들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물론 쉽지 않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진실을 밝히려는 그들의 노력이 엄청난 방해를 겪으니 말이다. 과연 이들은 진정한 수호자들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성경 속 이야기가 있었다. 왕궁 근처의 있던 포도원이 탐났던 한 왕이 거짓으로 밀고자들을 만들어 내 포도원 주인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고 그 포도원을 차지한 이야기였다. 물론 그 모든 일은 성경을 통해 기록되었고, 그 왕과 그 모든 일을 사주한 왕비의 최후는 끔찍하게 마무리된다. 율법에 어떤 사건을 판결할 때는 두 명 이상의 증인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는 한 사람의 말로 억울해지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뜻이었는데, 그를 역으로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와 다른 사법체계 때문에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배심원이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테지만, 애초부터 죄가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렇게 만들어간 권력이 더 큰 문제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재심 판결을 통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의 사건들을 바로잡고, 진범을 밝혀내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아무리 큰돈을 준다 해도, 그 긴 세월을 아무 죄 없이 억울하게 감옥에서 보낸 사람들의 일생이 보상 될까? 수호자들을 통해 억울함이 풀린 것은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씁쓸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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