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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국보 -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숨은 명작 문화재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2월
평점 :
국보 1호 숭례문 전소 사건을 기억하는가? 전소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남대문 쪽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매일 아침 보던 문이 잿더미가 되어 보호막이 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국보와 보물의 차이가 궁금했다. 국보는 중요하고, 보물은 그것보다는 좀 덜 중요하다고 배웠다. 어린 생각에 왜 남대문은 국보고, 동대문은 보물인 지 궁금했지만 그에 대한 해답을 알 수 없었는데, 수십 년 만에 알게 되었다. 조선 전기와 조선 후기라는 시대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숭례문 사건 이후 번호 폐지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2022년에 정말 폐지가 되었다고 한다. 조선 전기 건축물이 전소되어 현대 다시 복구했던 사실 때문이다.
국보는 정말 중요하고, 보물은 그것보다 못하다면, 책 속에 등장한 무관의 문화재들은 어떨까? 책을 읽으며 내린 결론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우선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는 절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유자(개인 혹은 국가기관)이 문화재 지정을 신청하면 문화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이 된다. 소유자가 신청하지 않은 경우 뛰어난 가치임에도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지정되는 경우 유물의 거래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개인은 선호할 수 있고, 국가 입장에서도 개인 소장품의 경우 훼손 우려가 높기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하기도 한다. 반면, 박물관처럼 문화재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곳들의 경우 문화재로 지정되게 되면, 여러 가지 사유로 갈등이나 불편함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책 속에는 35점의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들이 등장한다. 독일에서 반환받은 정선의 그림의 경우 대여의 형태를 가졌기에 뛰어난 작품임에도 국보로 지정되지 않았다. 또한 그림의 경우 탑이나 불상 등에 비해 가치 평가를 박하게 받는 경우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금의 초상화인 어진의 경우는 문화재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왜 세조의 어진은 지정되지 못했을까? 우선 조선 전기의 어진들의 경우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같은 큰 전쟁들을 거치며 소실된 경우가 많은데, 세조의 어진은 초본이 현재까지 전해진다. 어진임에도 초본(쉽게 말하자면 밑그림)인 탓에 문화재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밖에도 흥미로운 주제의 문화재들이 대거 등장한다.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금동관음보살좌상과 함께 경주 석굴암이 경복궁 자리로 옮기려고 했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일제가 벌인 일인데, 다행이라면 해체 후 기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큰 힘이 들기도 하다는 이유로 실패했지만 말이다. 그 대신 일제는 삼릉곡 석조약사여래좌상을 경성으로 옮겨온다. 그 밖에도 출산 장면이나 성관계 장면까지 노골적으로 묘사한 신라 토우나 39살에 어렵게 얻은 아들 순조의 무병장수를 빌며 그렸던 정묘조 왕세자 책례계병 등 다양한 문화재와 그에 얽힌 이야기까지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