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렸다. "양자역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책 표지만큼이나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 양자역학에 대해 직접 접해본 적은 없었다. 다분히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얼마 전에 노벨상을 탄 24명의 수상자와의 인터뷰 책을 읽었다. 수상자들의 업적이 이토록 다양할 줄이야... 자신의 분야에서 명성이 대단한 인물들이었는데, 문외한인 나는 참 낯선 이름과 분야였다. 근데 이 책에는 노벨상 수상이 기본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아님 등장이 어려울 정도? 한 인물은 노벨상 후보로만 80번 이상 거론되었다고 하니(수상은 못했다ㅠ) 등장인물들의 이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증거겠다.
어렵다. 물론 양자역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나랑은 친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맞지만 덮어놓고 도망가진 않아도 될 것 같다. 과학교사인 저자의 필력 때문일까, 역자의 센스 때문일까? 은근 중독성 있다. 나름의 유머 코드도 처음에는 ?o미? 했었는데 읽을수록 피식하게 된다.
사실 양자역학이 뭔지 1도 몰랐다. 그냥 다분히 물리학 정도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근데 빛 이야기가 등장한다. 빛하고 양자역학이 뭔 관계가 있나? 시작은 이렇다. 인류는 빛이 궁금했다. 빛이 과연 눈에서 나오는 건가를 아는 데 1,300년이 걸렸다. 다행히 인류를 실험을 생각해낸다. 근데 같은 빛인데 물체를 통과해 나온 파동이 달랐다. 왜 다른 것일까? 데카르트, 뉴턴 등 유명한 여러 인물들이 이 현상을 보고 가설을 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막스 프랑크라는 과학자에 의해 작은 빛 입자는 "양자"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그 이후로 연구는 계속되었다. 여기서 "작은"에 주목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연구를 거듭하며 더 미세하고 미시적인 것들을 일컫는 용어는 계속 나오고 있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 원자... 돌림자가 "자"인 친구들 말이다.
그렇다면 양자 역학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책을 통해 보면 1926년을 전후로 해서 전은 양자론으로, 후는 양자역학으로 분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1926년이라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슈뢰딩거(슈뢰딩거의 고양이의 그 슈뢰딩거가 맞다) 방정식을 통해 파동함수 이론을 설명했을 때를 기점으로 삼는다. 양자론의 속하는 과학자로는 앞에서 양자라는 단어를 만든 플랑크를 비롯하여 아인슈타인, 드보로이를, 슈뢰딩거를 비롯하여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의 시작점으로 본다.
책 속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연구와 실험을 통해 기존의 가설들이 깨지고 새로운 가설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존의 가설들이 틀렸기 때문에 의미가 없을까? 절대 아니다. 가설이 있었기에 실험과 연구가 계속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말미에 등장한 인물들의 가설은 과연 절대 진리일까? 그 역시 아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가설들을 계속 등장할 것이고, 기존의 가설들의 오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양자역학을 포함하여 과학과 인류의 발전은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궁금증이 결국 발견으로 이어질 거라 믿는다.
이 책을 손에 들기까지 가장 큰 용기를 준 사람이라면 리처드 파인먼이다. 그의 말의 모든 공을 돌린다. 물론 머리말에 그의 말을 소개해 준 저자에게도...^^
"내 물리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양자물리학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