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즈음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귀에 관한, 귀에 대한 책 말이다. 내 필요가 크기 때문이었다.
나는 난청이 있다. 집안 내력이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 영향이 있을 정도로 불편한 상황이다. 몇 년 전 용기를 내서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의 검진이었지만, 좀 더 큰 병원에 내원해서 좀 더 체계적인 검사를 한번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아직은 젊은 나이에 "보청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불편한 상태로 살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겪었다. 어지럽고, 토하고,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석증"이었다. 증상이 똑같아서 이번에도 이비인후과를 내원했다. 다행히 이석증은 아니었고, 당시 스트레스가 무척 심한 상태였는데 원인이 해결되고 나니 조금씩 차도를 보였고 약 복용과 함께 현재는 완쾌가 되었다.
사람이 마지막까지 열려있는 감각기관은 바로 귀라고 한다. 그래서 의식이 없는 환자의 임종 시에도 가족들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끝까지 들려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렴풋하게 듣고, 짐작하고 있던 귀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만나니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다시 생기기도 했다.
특히 난청에 관한 부분은 워낙 내 관심사기도 하고, 조카가 아주 어렸을 때 고도 난청으로 지금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있기에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난청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질병이나 갑작스럽게 난청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지레 짐작이 아닌 병원 내원이다. 나부터가 난청이면 무조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병변과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랐다. 수술로 치료되는 경우도 있고, 약물 치료로 해결되기도 한다. 또한 보청기 역시 일찍 착용할수록 효과도 크고, 적응의 시간이 덜 걸린다고도 한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자면 치매와 난청의 관계였다. 치매와 난청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었는데, 저자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듣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다. 근데, 타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게 되면 타인과의 만남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자연스레 타인과의 만남을 갖지 않게 되면 스스로 고립되게 되고, 스스로 고립되어 자신만의 세계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사라진다. 난청을 가진 사람이 일반인보다 치매의 걸릴 확률이 2~5배가량 높다고 하니, 난청은 이런 이유에서도 치료가 필요한 병인 것 같다.
그 밖에도 이석증이나 어지럼증, 청각과민증처럼 괴롭고 힘든 병들의 원인이 귀와 관련이 되어 있었다. 작고 작은 귀가 이렇게나 우리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니 놀랍기도 하고, 그동안 귀의 고마움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내 귀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귀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니, 속이 시원해졌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도 타이밍이었다. 이상이 생겼다면 참지 말고 전문의를 찾자. 그리고 원인을 발견하고 치료하자. 소중한 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