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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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와 함께 생각하고, 다수와 함께 말하라.

흐름에 역행하게 되면 잘못을 깨달을 수 없고, 위험에 빠지기도 쉽다.

나이가 먹을수록 인간관계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풀어갔던 부분이 나이가 들수록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하며, 따져봐야 할 것들의 종류가 많아지기에 그런 것 같다. 사회생활의 8할이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보다 더 어려운 게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람을 얻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등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고전들을 읽어보면, 대개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논어와 같은 동양철학들의 경우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소위 "군자"의 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편, 서양의 철학의 경우는 상황에 맞는 처신을 통해 자기 실속을 차리는 듯한 뤼앙스를 풍길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성경 한 구절이 떠올랐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마태복음 10장 16절)

이 책의 저자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으로 그는 사제였다고 한다. 이 책보다 앞서 읽었던 같은 출판사의 "우신예찬"의 작가 역시 신학자였는데, 그의 책과 비교되는 점은 이 책안에서는 종교적 색채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내용을 함축하는 한 줄의 제목과 길지 않은 설명이 마치 하루 한 장씩 읽어도 좋을법한 좋은 문구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책 속 대부분의 이야기가 상황에 맞는 처신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좀 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기회주의자 같기도 했다. 얼굴이 드러날만한 일이나 자신을 높일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나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고 속이는 법 등의 내용을 보고 좀 놀랐다. 해제를 통해 이 책이 기록될 당시의 상황들을 접하니, 저자가 그런 사회 속에서 속임수, 음모 등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묘책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게 이해가 되기도 했다.

착하게 살면 피해본다는 사실이 갈수록 더욱 설득력을 얻는 사회 속에 살고 있어서일까? 저자의 말이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때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적당한 상황을 풀어갈 간계가 필요하다는 말이 마치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우리의 속담으로 빗대어 표현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 걸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싶기도 하다. 수백 년 전 스페인이나, 지금의 대한민국이나 말이다.

정보를 얻을 때 조심하라.

사람은 주로 정보에 의존해 살아간다.

자신이 직접 보는 것은 많지 않고, 대신 남의 말을 듣고 살아가는 것이다.

귀는 진실의 쪽문이자, 거짓의 정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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