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산 자의 죽어가는 목소리를 감싸 안는 일.
그것이 남은 이들의 숙명일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참 많은 이별이 있다. 경험이 많으면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이별은 아무리 경험을 해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 같다. 특히나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이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프고 힘이 들다. 얼마 전 큰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작별 인사조차 못하고 먼 길을 떠났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을 접해서 그랬을까? 책 속에 담긴 각가지 사연들이 모두 가슴을 저밀 정도로 아프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제목을 아무리 선명하게 찍으려고 해도 마치 눈물이 그렁그렁 한 것처럼 뿌옇게만 보인다.
저자는 장례지도사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에 대한 시선이 어두운 것 같다.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지만, 웬만하면 죽음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이번 참사처럼 자녀는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참척이라고 한다는데, 책의 처음 등장하는 이별이 바로 그런 이별이었다. 그 밖에도 참 많은 죽음의 모습이 등장한다.
언젠가는 모두 가야 할 길이라 하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고 하지만, 마지막은 묘하게 또 다르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아무도 없이 외롭게 떠나간다. 때론 그 마지막조차 오랜 시간이 지나 알려지기도 하고, 겨우 연락이 닿은 가족들조차 외면하는 죽음도 있다. 또 죽음이 서로의 어그러진 관계를 풀어내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책 속에는 저자가 치러낸 장례의 이야기뿐 아니라,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장례지도사가 된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그녀는 대학원을 다니며, 장례지도사의 길에 이른다. 지금은 조금 덜해지긴 했지만 그녀가 막 장례지도사가 되었을 때 성별과 나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도 담겨있고, 결혼이나 이직과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다행(?)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렸는데,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도 역시나 그녀가 만난 고인과 가족들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부유하다고 베푸는 것은 아니고, 없다고 인색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장례식장에서 경험한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죽음의 시간에도 진심이 통해야 한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한 여성이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장면은 놀랍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했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이별이 아닌, 고인을 기리고 생각할 수 있는 진정한 이별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별에서의 이별을 통해 죽음의 가치와 생각이 한결 더 정리되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