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은옥, 주님만 따라간 삶
석은옥 지음 / 행복에너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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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도 계속 직장 생활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것은 친정엄마 역시 나와 동생을 키우며 워킹맘으로 평생을 사셨기 때문이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엄마도 했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하나와 둘은 정말 차이가 컸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제대로 해내고자 하는 마음만 있었지 실제는 겨우겨우 해내는 내 모습에 실망과 함께 형편 상 함께 하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있는 대로 쌓여서 전보다 다투는 횟수가 많아졌다.

장황하게 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석은옥 여사의 자서전을 읽고 나서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떻게 그런 삶을 감사하며 살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저자인 석은옥 여사가 누구인지 몰랐다. 아마 나아 같은 독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영우 박사는 어떨까? 잘은 모르지만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의 이름은 들어본 독자들이 상당할 거라 생각한다. 석은옥 여사는 바로 강영우 박사의 아내다. 이 책에는 그녀의 출생부터 시작하여 강 박사와의 첫 만남과 결혼, 미국 유학 생활과 강 박사 사후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 나 역시 편견이 상당히 있는 편이다. 물론 장애인과 함께 생활할 기회가 적은 것도 이유겠지만, 우리와 다르다는 생각들이 더 큰 편견을 만들어낸 것 같다. 하물며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1960년대는 어땠을까? 그녀의 글 속에서 본 과거의 모습 속에는 "아침에 장님(시각장애인)을 보면 재수가 없다"라는 분위기였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강 박사는 중학교 시절 축구공에 눈을 맞아 실명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석 여사는 독실한 신앙을 가진 대학생으로 자원봉사자로 지원을 하게 되었고 고등학생 강 박사를 만나게 된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석 여사는 일반교사에서 특수교사로 꿈이 바뀌게 되고, 강 박사와 같은 맹인들을 돕기 위한 교사가 되기 위해 1년간 미국에서 연수를 받기도 한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만, 그녀가 가진 꿈을 이해해 주는 배우자를 만나기 어려웠다. 그러던 터에 6년간 친남매처럼 지냈던 강 박사는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그리고 둘은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는다. 유복한 가정에서 대학 공부까지 마친 엘리트였던 그녀가 장애를 가진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그의 어머니 역시 반대를 한다. 하지만 그녀의 확고한 결심에 결국 어머니는 결혼을 승낙한다. 결혼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그녀는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 공부를 지원하고, 자신도 특수교사로의 꿈을 이어나간다. 그 사이 둘 사이에는 두 아들이 태어난다.

책을 읽으며 큰 아들이 했던 질문이 가슴에 박혔다. 아빠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큰아들은 매 식사시간마다 아빠의 눈을 고쳐달라고, 그래서 함께 공놀이를 하고 싶다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런 아들의 기도를 들으며 부모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나라면 미안한 마음과 함께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부부는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아빠는 불 꺼진 방에서도 너희를 위해 책을 읽어줄 수 있지만, 엄마는 캄캄한 방에서 빛 없이 너희에게 책을 읽어줄 수 없지... 그러니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개발시키면 큰 꿈을 이룰 수 있단다."

이 말은 훗날 아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 큰 아들은 안과 전문의가, 둘째 아들은 변호사가 되는 기틀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장애를 딛고 박사가 된 강 박사도 대단하지만, 그의 눈이 되어 그를 이끌었던 석은옥 여사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남편이 눈이 안 보이면, 집안일을 비롯하여 아이를 돌보는 모든 일은 다 석 여사의 몫이었을 텐데, 그녀는 그 10년간의 시간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히 버틸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고백한다. 물론 그 고백의 뿌리에는 하나님이 그 모든 것을 계획하시고,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셨다는 고백이 깔려있다.

80세가 된 석 여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이 책을 통해 고백한다. 남편이 그녀에게 선물한 석 은 옥이라는 이름처럼 석(石)의 시대 10년, 은(恩)의 시대 10년, 그리고 옥(玉)의 시대 10년을 보내고 지금의 이르렀다. 세상을 떠난 남편을 기리며 여전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는 그녀의 삶을 통해 또 다른 감동과 교훈을 얻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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