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익숙한 이름의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 내 서재 한편 눈에 잘 띄는 곳에 꽂혀있는 그의 책 4권의 주인공은 불운한 탐정으로 유명한 살인곰 서점의 사건 파일 시리즈의 하무라 아키라다. 세트로 이루어진 이 두 권의 작가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궁금해졌다. 일명 일상 시리즈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책 중 첫 권은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다. 1991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무려 와카타케 나나미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처음 제목만 보고 헷갈렸다. 두 권의 일상 시리즈(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나의 차가운 일상)의 "일상"이라는 글자만 보고 와카타케 나나미의 에세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막상 책을 읽고 보니, 더 헷갈렸다. 이 책에는 12작품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데, 그 소설들이 등장하게 된 계기가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 컨설턴트 회사의 총무팀에 근무하는 와카타케 나나미(작가와 이름이 같다!)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졌다. 바로 새로 만들게 된 사내보의 편집장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안에 오락성을 가미하기 위해 소설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이 넉넉한 편은 아닌지라 적당한 고료로 매달 작품을 내줄 작가를 구하던 중, 선배인 사타케 노부히로가 생각난 와카타케는 노부히로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의 대답은 거절이었다. 매달 한편의 단편은 쉽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대신 그는 아는 친구를 소개해 준다. 대신 작가의 신원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매달 한편의 미스터리풍 이야기를 보내주겠다는 계약이 성사되었고, 그렇게 사내보 르네상스에 실린 12개의 작품이 등장한다.
각 소설이 등장하기 전 그달의 사내보 순서가 등장한다.(정말 사내보 같다.) 일명 익명 작가의 연작 단편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한 편 한 편이 특징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짧지만 강렬했던 작품이 하나 눈에 띄었다. 11월의 작품인 판화 속 풍경이라는 작품이었다. 업계 신문 발행회사에서 알바를 하게 된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축하파티 겸 술자리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울고 있는 마쓰타니 유미코 선배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회사에서 도둑으로 몰려서 해고를 당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도둑으로 지목한 상대는 바로 내 동기인 노노무라였는데, 그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갑자기 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갔었다. 판화가 유키 도게쓰 선생의 문하생으로 있었던 그가 마쓰타니를 도둑으로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황당한 상황에 마쓰타니를 찾은 나는, 그녀로부터 전후 사정 이야기를 듣게 된다.
미술잡지 편집부에 취직한 마쓰타니는 편집장으로부터 유키의 담당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유키는 완고하고 잘 삐치는 성향이 있다 보니, 한번 마음에 안 든 사람은 두 번 다시 보지 않는다. 편집부의 상당수가 그렇게 눈 밖에 난 상태다 보니 마쓰타니가 그 일을 맡게 된 것이다. 물론, 유키의 문하생인 나나무라와 아는 사이라는 것도 이유가 된 것이다. 그렇게 유키를 만나러 간 날, 갑작스럽게 유키가 작품 활동을 하다 쓰러지게 된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기게 되고, 마쓰타니는 뒷 수습을 하고 나오게 되는데, 달치근한 고구마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빌딩 숲인 곳에 고구마 장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고구마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근데, 그날 그가 작업했던 판화 35점이 사라졌고, 마지막에 문단속을 하고 나온 그녀가 도둑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나는 그녀가 도둑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추리를 시작하는데...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그녀는 정말 유키의 판화를 훔치지 않았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참 이색적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붙어있는 편집장 와카타케 나나미의 편집후기와 무명의 작가와 주고받은 편지까지... 실제 작가의 이야기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바로 마지막 편지에서 드러난다. 추리작가이기에 가능한 추리력이 아닐까 싶어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데뷔작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촌스럽지 않은 추리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