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음표 없이도 새가 울고 구름은 떴다가 사라진다는 걸 알면서

차차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다.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자기도 아는 척하면서,

나이만 먹어간다.

이어령 교수의 한국인 이야기 마지막 편이다. 1편 너 어디서 왔니, 2편 너 누구니, 3편 너 어떻게 살래에 이은 마지막 권의 제목은 너 어디로 가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저자인지라, 너 어디로 가니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삶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민지 교실에 울려 퍼지던 풍금 소리라는 소제목을 읽은 후, 생각이 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1934년생인 저자는 이 책 속의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녹아냈다. 형이 다녔던 동네 서당 이야기를 비롯하여,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어머니에게 배운 붓글씨로 쓴 입춘대길 4자의 의미, 일제 치하에서 다녔던 소학교가 국민학교로 바뀐 후의 이야기 등은 본인이 경험했던 이야기이기에 더 실제적이었다. 생전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고, 교수로 지성인들을 많이 길러냈던 그이기에 이 책 속에는 특히 그의 교육관이 깊이 있게 담겨있다.

지금의 우리 교육도 되짚어봐야 한다.

미리 결론 내리고 정해진 해답을 만들어 틀을 씌운다.

누군도 만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앞에서 만났던 세 권보다 더 묵직한 여운이 있었던 것 같다. 저자 특유의 유머들은 곳곳에 담겨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깊이가 어둡다고 느껴졌다. 난해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고 말이다.

지금은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나는 마지막 국민학교 졸업장을 받은 세대다. 이름만 달라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름만이 아닌 속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 나 역시 동감한다. 과거 서당은 지극히 배우는 사람 중심이었다. 단순 암기만을 가르치기보다는, 묻고 답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는 어떤가? 학교라는 이름도, 교과서도 모두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지금은 질문을 한다고 면박을 주거나, 혼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당시에는 질문을 하면 매를 맞기도 했다고 한다. 주입식으로 바뀌면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획일화되는 교육에 저자는 우려를 표한다.

책 속에는 교육뿐 아니라 오징어 게임 이야기가 곁들여지는 놀이문화나 도시락 이야기, 단추와 아버지와 대비되는 모성의 이야기 등 식민지 시대의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책의 말미는 시작으로 돌아간다. 서당에서 첫 번째 책으로 배우게 되는 천자문의 천지현황(天地玄黃) 이야기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왜 하늘은 검은 것일까?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받기보다 혼만 났던 기억은 학교에서도 이어진다. 왜?라는 생각 자체가 불손한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답답했던 저자.

그나저나 왜 천자문에서는 하늘이 검다고 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