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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ㅣ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정미선 옮김, 빅토르 위고 원작, Crystal S. Chan / 한빛비즈 / 2022년 8월
평점 :
드디어 레 미제라블을 완독했다. 1500페이지 가량 되는 고전소설을 보며 엄두도 안 났던지라, 문학툰으로 만난 레 미제라블은 무척 반가웠다. 내가 아는 거라곤 장 발장이 성당에서 은촛대를 훔쳤다는 게 전부인데, 그 이야기는 지극히 초반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도 덕분에 알게 되었다. 프랑스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이 무슨 뜻인가 궁금해서 검색해 봤더니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란다.
생활고로 힘든 장 발장은 조카들에게 먹일 빵을 훔치다 잡혀서 범죄자가 된다. 감옥에 탈옥을 하다 잡혀 재수감되다 보니 빵 하나 훔친 죄로는 18년을 복역하고 풀려난다. 이미 마을에는 장 발장에 대한 소문이 퍼져있어서 누구도 그를 집에 들이고, 음식을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당에서 하루를 의탁하고자 하는 장발장을 미리엘 주교는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리고 은식기를 꺼내 장발장을 대접한다. 하지만 장 발장은 자신이 봤던 은식기를 훔쳐 도망가다 경찰에게 잡혀 다시 성당으로 끌려온다. 꼼짝없이 감옥으로 되돌아갈 줄 알았던 것과 달리 미리엘 주교는 은식기가 장발장이 훔친 게 아니라, 자신이 준 것이고 은촛대를 놓고 갔다며 은촛대까지 챙겨준다. 그리고 장발장에게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는 당부를 한다.
시간이 지나, 미리엘 주교에게 받은 은식기를 팔아 사업에 성공하게 된 장 발장은 자신이 번 돈으로 공장을 짓고 마을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한다. 그가 베푼 선행 때문에 누구도 그의 과거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마들렌 시장으로 살고 있던 중, 자신을 관리했던 자베르를 다시 만나게 된다. 자베르가 자신을 기억할까 노심초사하는 장 발장.
한편, 애인에게 버림받고 사생아를 낳은 팡틴은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딸 코제트를 맡기고 돈을 벌러 떠난다. 테나르디에 부부는 코제트를 핑계로 팡틴에게 계속 돈을 요구한다.(물론 그 돈은 코제트가 아닌 자신들의 딸 에포닌과 아젤마에게 사용한다.) 당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너무 냉혹했다.(지금도 여전하지만...) 일하던 공장에서 미혼모라는 이유로 쫓겨난 팡틴에게 테나르디에부부는 코제트가 큰 병에 걸렸다는 거짓말을 하며 돈을 요구한다. 벌이가 없어진 팡틴은 자신의 긴 머리를 팔고, 앞니 두 개를 팔고, 결국은 몸을 팔아서 돈을 마련한다. 하지만 몸은 쇠약해진 상태다. 우연히 장 발장을 만나게 된 팡틴은 장 발장에게 자신의 딸 코제트를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하고, 그를 안타깝게 여긴 장 발장은 코제트를 데려오고자 한다. 하지만 그 즈음, 한 노인이 사과를 훔쳤고 그가 장 발장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자신이 장 발장이라고 밝히면 그동안 누려왔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고, 그대로 두자니 노인이 누명을 받게 되어 난감한 상황이 된 장 발장은 드디어 결심을 하게 되는데...
분량이 상당하기에 만화로 축약된 내용도 상당하다. 중반부를 넘어가면 프랑스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책 속에 녹아있기에 시대상을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장 발장의 삶과 그를 추적하는 자베르의 삶이 교묘히 겹쳐진다. 두 개의 선택 중 골몰하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다. 전쟁터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살렸던 테나르디에를 만난 마리우스 퐁메르시. 근데 그는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 바뀐 건가? 코제트를 핑계로 팡틴에게 계속 돈을 요구했던 인물이 그이니 말이다. 테나르디에는 정말 수명도 길다. 아주 끝까지 탐욕이 가득한 인물로 등장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말미에 등장한다. 자신을 살려준 장 발장을 보며 자베르는 그동안 삶의 철학이 흔들림을 경험하는 장면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악인이고, 평생 악을 저지르면서 살 것이라는 자신의 철학과는 달리 자신의 고통보다 타인의 고통에 더 마음을 쓰고, 자신이 피해를 보더라도 타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장 발장의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무감각한 현재의 우리 시대의 모습이 자꾸 겹쳐져 보였다. 촉법소년, 학폭, 묻지 마 범죄, 성범죄, 가스라이팅... 이름도 댈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한 범죄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어떤 죄책감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면에서 장 발장은 너무 과한 면이 있긴 하지만 장 발장 처럼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사람이라면 진정 용서받을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