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믿는 종교에서 모든 여자의 성은 카우르고 모든 남자의 성은 싱이거든요."
"하나의 큰 가족이죠. 신의 자식들이고요."
쿨빈더가 덧붙였다. "모두 시크교도랍니다." 그러면서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마치 좋은 세제를 추천하듯이.
이건 바보 같잖아.
제목부터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정숙한 과부와 발칙한. 야설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데, 제목에 같이 나오니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참고로 내가 받은 책을 출간 전 가제본 형태였기에 표지를 볼 수 없었지만, 현재는 출판되었다.
책의 배경은 영국 런던의 사우스홀이다. 영국이지만,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인도 펀자브계 여성들이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여러 개 있지만, 과거 버스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여성들의 기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여전히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나라, 여성의 인권이 여전히 낮은 상황이 책 속에서도 펼쳐진다.
중매결혼을 하겠다는 언니 민디의 이야기가 달갑지 않은 20대의 니키는 다니던 대학의 법학과에서 자퇴했다. 사실 니키가 법학과를 간 이유는 아빠의 바람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빠는 니키가 니키가 자랑스러운 직업을 갖길 원했다. 그래서 시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 함께하는 것도, 뉴스를 시청하며 토론을 하는 것도 막지 않았다. 수업을 들으며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니키는 2년을 다니고 자퇴를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무척 화가 난 아빠는 인도행을 택했고,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아빠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이 일로 니키는 큰 자책감을 가지고 살고 있다.
독립을 선언 한 니키는 펍에서 일하지만, 겨우 월세를 낼 정도다. 그런 니키가 민디의 요청으로 사우스홀에 결혼 게시판에 글을 붙이러 갔다가 글쓰기 수업 강사를 모집한다는 전단지를 보게 된다. 큰 꿈을 가지고 들어간 첫 수업. 수업에 모인 사람들은 인도 펀자브 여성들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과부라는 것. 그리고 한 명을 제외하고는 글자조차 쓸 줄 모르는 문맹이라는 것.
화가 난 니키는 담당자인 쿨빈더 카우르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오히려 당당하게 나온다. 언니와 엄마에게 생활비를 보내겠다는 약속을 한터라, 니키는 결국 계속 수업을 진행하기로 한다. 그녀들과의 수업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진전되는데...
사실 나 역시 중매로 결혼을 한 터라, 니키가 중매결혼에 대해 뿜어대는 거부감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 속에 나온 중매결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었다. 그녀들은 글자를 모르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남편 휘하에 있으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들이기에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글쓰기 클럽을 통해 그들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연대하게 되면서 그들의 생각이 변화되기 시작한다.
정숙한 과 발칙한 은 반대되는 의미다. 과부는 늘 정숙해야 하는 것일까? 그 또한 편견 아닐까? 책을 읽기 전에 인도와 인도 여성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