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청년, 호러 안전가옥 FIC-PICK 3
이시우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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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청년. 호러라는 제목이 각 작품에 잘 어울린다. 6명의 작가들이 쓴 단편소설집인 이 작품은 제목의 3개 단어를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다. 각 작품마다 도시. 청년 그리고 호러가 녹아들어있으니 말이다. 익숙한 이름의 작가들이 있어서 특히 더 반가웠다. 각 작품마다 작가만의 색이 덧입혀져 있다.

모든 게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 내쳐진 청년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취업을 위해 고향을 등지고 홀로 상경한 미수.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플래카드까지 붙을 정도로 부러워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왕따 아닌 왕따 신세를 못 면한다. 지방 듣보잡 대학 출신인 미수에게는 혈연도, 지연도, 학연도 없다. 그저 섬처럼 동떨어진 존재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버티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외로움이 커지다 못해 스트레스로 번진 미수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Not Alone이라는 앱은 미수에게 그나마 숨 쉴 구멍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외로움이 너무 컸던 탓일까? 모르는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게 이토록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낼 줄이야... 글로 읽음에도 극한의 공포가 다가온다. 구구절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기에 그녀가 사람을 죽였다는, 정당방위라는 상황을 주장하기 위해 내놓은 이야기들은 어쩌면...이라는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음 장에 펼쳐지는 상황이 혼란을 증폭시킨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일까?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날 듯 계속 이어가는 코로나 상황이 화면 공포증과 겹쳐진다. 전염성일까? 공포증의 4단계(불쾌감, 환청, 극도의 공포감, 충돌) 중 충돌을 눈앞에서 본 사람들은 기묘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근데, 난 아닌데 보고 듣다 보면 자연스레 그렇게 변해가는 것은 귀가 얇기 때문은 아닐 텐데... 주변에서 하나 둘 마치 전염병처럼 공포증 환자들이 등장한다. 액정화면을 봤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지만, 도처에 있는 화면들을 피할 도리가 없다. 당장 회사 업무를 하기 위한 모니터는 직장인에게 필수가 아닌가?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도시. 청년. 호러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이 셋은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요즘의 우리 시대라면 더욱 와닿는다. 직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 일하기 위해 아무도 없는 낯선 도시에 올라오지만 삶이 녹록하지 않다. 아니 호러의 가까운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근데 사실 진짜 공포는 예상치 못한 공격이나 증상이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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