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메디슨 -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막히는 약의 역사
송은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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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둘째 아이 예방접종을 하고 왔다. 예방접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해야 할 접종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매년 맞는 인플루엔자를 비롯하여 태어나서 4주 안에 맞춰야 한다는 결핵부터 3차에 거쳐 맞추는 주사들까지... 이 많은 예방주사들은 그만큼 병에 취약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책 속에는 흥미로운 약의 역사가 담겨있다. 약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명을 빼앗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된다. 어찌 보면 약은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총 12개의 역사 속 약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의 역사도 들어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필요한 성분만 추출하는 기술이 미약했기에, 약초 중 독초의 사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를 보면 사약을 마시자마자 피를 토하고 죽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는 어땠을까? 드라마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그렇게 그린 것일 뿐 실제는 마시자마자 사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우암 송시열의 경우 사약 2사발을 마셔도 죽지 않아 연달아 3사발을 마시게 했다고 하며, 조선 중기 문신 임형수는 사약 18사발을 마시고도 죽지 않아 결국 교살형으로 죽였다고 한다. 당시는 식물의 즙으로 사약을 만들었는데, 식물의 다른 성분도 포함되기에 순도가 높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약의 사자가 죽을 사(死)가 아닌 하사할 사(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약은 죽음에도 임금의 배려 차원에서 특권층에게만 내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생각할 여지가 남았던 부분은 3장에 담긴 약초 만드라고라와 프랑스의 잔 다르크 이야기였다. 만드라고라라는 이름이 참 흥미로웠는데, 여러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약초였다. 내 기억 속 만드라고라는 해리 포터에 등장했는데, 들어 올리면 아이 같은 얼굴에 뿌리가 드러나면서 소리를 지르는 약초라서 놀라웠다. 물론 실존하는 약초지만 실제로 역사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늘날에도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른바 정의 구현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현대판 마녀사냥이 즐비하고 있다.

그 역사 속에서 만드라고라는 마녀의 약초로서 과거 유럽 사람들의 '근시안'을 가져오는 원인이 됐고,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에는 '근시안'을 치료하는 약물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군은 프랑스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잔 다르크에게 마녀라는 명목하에 70가지 죄목을 얹어 화형에 처한다. 그중 7조에서 잔 다르크가 만드라고라의 힘으로 부와 행복을 얻으려 했다는 항목이 등장한다. 만드라고라가 마법의 약초라는 것이다. 물론 만드라고라에는 8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있고, 과거 마취제로도 사용되었지만 주된 역할은 환각제나 독이었다고 한다. 이름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성경 속 합환채나 맨드레이크도 같은 약초였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만드라고라는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현대에서는 근시안 치료제(안약)로 사용되고 있지만, 역시 중독의 위험 때문에 안약으로 사용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만드라고라와 함께 저자는 잔 다르크의 마녀사냥이 현대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당시처럼 화형에 처하지만 않았지, 인터넷상에서 무분별한 마녀사냥으로 한 사람의 일생을 화형에 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며 과거를 통해 현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약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마치 노벨이 만든 다이너마이트처럼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살상 무기가 된 것 같은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약의 역사를 통해 인류는 생명을 연장하며 죽음을 유예시키기도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약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아무쪼록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살리는 약이 많이 등장하고, 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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