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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 암을 지나며 배운 삶과 사랑의 방식
양선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평점 :
암에 대한 생각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암은 치료가 쉽지 않은 중대질병이다. 많은 치료법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나 역시 저자처럼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눈앞이 캄캄해질 것 같다.
아이 둘의 워킹맘. 40대. 나와 비슷한 상황을 가진 저자인지라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도 같이 웃고 울었던 것 같다. 그녀의 말처럼 아이 둘 챙기면서도, 직장 생활하고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왜 하필, 내가 암이 걸린 걸까..?라는 그녀의 물음에 나 또한 같은 물음을 할 것 같았다. 누구나 큰 어려움 앞에서는 그렇게 되는 것일까? 저자처럼 나는 긍정적인 사람도 아니고, 아니 부정적에 더 가까운 사람인지라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화살을 나에게로 돌리며 원인을 찾기 위해 분주해진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나쁜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행이라면 저자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던 마음을 환기할 수 있는 좋은 책들과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인지라(저자의 직업은 기자다.)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서점으로 달려가 유방암에 대한 책을 여러 권 구매했다고 한다. 또한 주위에서 그녀에게 여러 도움이 될만한 책도 추천해 줬다고 한다. 임뿐 아니라 마음의 병이 깊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큰 병에 걸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그녀가 인생을 참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슬픔에 같이 마음을 나누고 위로해 주는 많은 도움의 손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한편 나는 그녀만큼 좋은 사람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암에 걸리면 전이가 가장 무서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대학병원 급의 큰 병원들은 각종 검사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궁금증을 저자는 이 책에서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가령 어떤 검사를 하고, 어떤 항암제를 쓰는 것부터 가발이나 그 외에 암을 치료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치료의 순서대로 담겨있다. 비교적 초기라는 말과 달리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그녀의 병과의 동거기는 해피엔딩을 향해 달리고 있다. 특히 막 암 선고를 받고 정말 큰마음적 동요를 겪었을 때 10년 전 묻었던 타임캡슐을 개봉하게 되었을 때 10년 전 자신이 10년 후 현재의 자신에게 쓴 편지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 지난 10년간 이루고 싶던 꿈의 대부분을 이루었다는 그녀는 미래의 자신을 향해 남긴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당시에는 암 환자가 되었을 거라는 상상을 1도 하지 않았을 테지만)
임뿐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아픔과 고통을 겪는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지만, 아프고 싶지 않다. 때론 차라리 성숙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성숙 또한 아픔을 잘 이겨냈을 때 주어지는 성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내가 너무 비관적일까?ㅠ) 비슷한 나이와 상황에 놓인 워킹맘으로 저자의 글은 내게 삶의 환기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암 환자는 아니지만, 주변에 같은 질병으로 엄마를 먼저 보낸 친구도 있고, 가족력에 암이 있기 때문에 더 와닿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앞으로도 더 밝고 더 멋진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혹시나 그녀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읽으며 도움을 받았다던 모 교수님 같은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