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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을 위한 에세이 - 세상의 모든 좋은 어른을 위해 김현주 작가가 알려주는 ‘착한 척’의 기쁨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4월
평점 :
언제부턴가 누군가를 향한 칭찬의 말들이 있는 그대로 보이거나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때가 묻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칭찬인 척 교묘하게 평가의 말들을 쏟아내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 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책 속 저자의 글이 왠지 모를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착하다는 말이 더 이상 칭찬이 아니게 되었다. 아니 착하다는 말은 욕이 되는 때를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착하다는 말이 호구의 다른 표현으로 쓰이는 분위기니 말이다. 시중에 나온 자기 계발서들을 접할 때마다 고민이 된다. 어떤 책은 "착하게 살 필요 없다."라고 이야기하고, 또 어떤 책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니 말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전자의 이야기를 하는 책들이 더 많아지는 추세인 걸 보면 착하게에 호구의 뜻이 부쩍 많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 역시 착하게 사는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표현을 한다.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를 살고 있기에 굳이 타인과 부딪치면서까지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더 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착하게 살면(그런 사람으로 주변에 인지가 된다는 가정하에) 상대적으로 공격이 덜하기도 하고, 그로 인한 배려를 받기도 한다. 세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선행에 대해 여전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착함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호구식의 착함은 지양해야 한다. 저자 식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똑똑한 착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을 가지다 보면 자연스레 이 사람이 날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가 판단이 된다고 한다. 나를 이용하기만 하려는 사람들은 만남의 횟수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물론 착함을 장착하고 있는지라, 상대는 저자가 본인을 커트 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그저 시간이 안되거나, 상황이 힘들어서 연락이 뜸해진 거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지만 저자 본인은 이미 그 사람과의 관계를 서서히 단절한다. 반대로 나이가 먹으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의 관계들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나에게 선행을 베푸는 좋은 사람들에게 왜 그리도 매몰차게 굴었는지 반성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밥 한번 먹자는 말을 가시 돋치게 들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시간을 쓰고 싶지 않지만 같이 밥을 먹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차를 사야 하는 관계. 나중에 돌아보니, 저자에게 밥을 사겠다는 그 마음은 저자에게 시간을 내주고 싶고,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마음에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런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의 여유가 있어야 내줄 수 있다는 말. 그 사람에게 마음이 있어야 무언가를 희생할 수 있다는 말. 맞는 말 같다.
솔직히 인간관계가 말처럼 쉽다면 아마 세상에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글을 읽으며, 어쩌면 착함에도 똑똑해져야 한다는 말이 또 다른 평가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적어도 호구 같은 착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