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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마지막 서점
매들린 마틴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서재 / 2022년 4월
평점 :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이 있다. 아쉽고 그립고 서운한 그 이름이 바로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무슨 이야기일까 내심 궁금했는데, 첫 장부터 과거로 소환된다. 1939년 8월. 그리고 히틀러. 2차대전을 코앞의 둔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엄마 베아트리체가 사망한 후 그레이스 베넷은 삼촌 집에 머물며 삼촌의 가게 일을 도우며(실제로는 다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그레이스와 친구인 비브(비비안)는 엄마의 오랜 친구인 웨더포드 아주머니 집에 머물러 살며 일자리를 구한다. 웨더포드 아주머니가 소개해 준 일자리는 에번스 씨가 경영하는 프림로즈 힐 서점 직원이었다. 다른 어떤 일자리로 잘 해낼 자신이 있지만, 서점이라... 책과 친하진 않은 관계로 그레이스는 고민이 되었다. 거기다 무뚝뚝하고 왠지 날이 서 있는 서점 주인 에번스씨는 그레이스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친구인 비브는 추천서를 써왔지만, 삼촌 아래에서 일했던 그레이스는 추천서를 받지 못했다.(그레이스가 도시로 나가는 것에 삼촌은 반대했고, 결국 삼촌과 등지고 나왔기에...) 결국 더 좋은 자리를 위해서 6개월 경력의 추천서를 받기 위해 프림로즈 힐 서점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서점에서 그레이스는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넓혀 나간다. 서점의 손님으로 친해진 조지 덕분에 서점인에 조금씩 마음을 붙여가지만 전쟁의 참상은 조금씩 그녀의 삶을 갉아먹는다. 급기야 친구인 비브와 조지, 웨더포드 아주머니의 아들인 콜린이 전쟁에 자원하게 된다. 그레이스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고 낭독회를 열기로 한다.
폭격으로 많은 건물들이 상하고, 반공호로 대피해야 하는 나날 속에서도 그레이스는 낭독회를 통해 마음을 나누며 주변 사람들과 교감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 슬픈 소식이 전해지는데...
개인적으로 책을 참 좋아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져내린 와중에도 책을 펼치면 어떤 제약도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레이스와 같은 생명의 위협과 같은 극단적인 속에서 책을 읽고 모두의 마음을 아우를 수 있는 낭독회를 연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따뜻한 소설이지만, 그만큼 힘겨움과 고통도 컸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사랑하는, 믿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니 말이다. 런던의 마지막 서점을 통해 다시금 일어날 힘을 얻은 사람들. 그리고 그 힘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다시금 일으킬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참혹했지만, 희망을 노래했던 그날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