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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4월
평점 :
화가와 음악가. 예술이라는 범주 안에 있지만, 좀처럼 섞이기 쉽지 않은 분야인 것 같다. 물론 전시회나 미술관에 가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걸 보면 이만큼 잘 어울리는 짝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음악과는 친하지만, 미술과는 담을 쌓고 지낸 편이다. 친구들은 한 번씩 미술관을 가지만, 나는 왠지 미술관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오히려 큰 아이가 나보다 미술과 더 친한 것 같다. 큰 아이 최애 프로가 미술탐험대라는 만화기 때문이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내외하는 분야의 책을 읽어보자는 계획하에 조금씩 미술작품들을 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미술 혹은 클래식 책을 읽었는데, 두 장르가 한 책에 담겨있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두 장르가 어떻게 담겨있는지 궁금했다.
책 속에는 11장에 걸쳐 39명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화가의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 그리고 음악가의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이 한 주제 안에서 어우러져 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등장한 화가는 얼마 전 만났던 파격적인 화풍으로 생전 논란을 일으켰던 에두아르 마네였다. 그의 그림이 미술관에서 높은 위치에 걸린 이유가 지팡이로 작품을 훼손하는 관람객들이 많아서였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라웠다. 그 밖에도 음악계의 아이돌 프란츠 리스트, 두 개의 천장화에 700여 명의 사람이 등장했던 미켈란젤로의 일화도 흥미로웠다. 천재임에도 꾸준히 노력하고 성실했던 그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사실 책 제목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이 무슨 뜻일지 내심 궁금했었다. 브람스라는 이름이 익숙한 이유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의 제목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강이 브람스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 중 하나가,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승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지였던 둘의 관계와 함께 브람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서정적인 밤이 떠오른다. 또한 작품 속에서 별을 많이 표현했던 고흐에게 별은 꿈을 의미한다고 한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이력이 있는 고흐는, 병원에서도 별을 그렸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놓지 않는 꿈을 작품에 그대로 표현한 것이리라.
책 속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흥미로웠다. 길지 않지만 그들의 작품만큼이나 흥미롭고 아련하고, 공감 가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명성을 떨치는 예술가들이기에 우리의 삶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보통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단지, 우리보다 더 예민한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있을 뿐, 그들 역시 슬픔과 고통을 감내하며 작품으로 표현해 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