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드블루, 코드블루. 6병동, 6병동. 코드블루, 코드블루. 6병동, 6병동
요 근래 의사와 관련된(혹은 의사가 쓴) 책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여러 권의 의학 관련 작품들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학용어 몇몇 개는 익숙해진다. 의사들이 가장 예민해지는 방송은 바로 코드블루라고 한다. 코드블루란 심정지가 온 환자가 있다는 뜻으로, 방송이 들리면 코드블루 발생 병동 근처에 있는 의사들이 달려간다. 물론 심폐소생술 자체가 한 명이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에(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서 교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방송이 들리면 주변 의사들이 이동한다. 문제는, 심장정지가 되면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방송은 아니라는 데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코드블루를 생각보다 자주 접하게 된다. 왜 그런 걸까?
처음에 책 표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여자아이와 병원 이름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소름 끼치게 무서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 앞에 있는 실제 병원이 장난감이 된 상황이라니...
인턴 강석호는 겨우 당직 근무를 마치고 눈을 붙이려는 찰나였다. 근데 코드블루 방송이 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6병동에 이미 도착해있는 내과 레지던트 도민희는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곧이어 도착한 내과 치프 박형석이 환자를 살피고 처치를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던 와중 내과 레지던트 이승원은 보호자에게 DNR 동의서(심폐 소생을 안 할 것을 동의하는 문서)를 받았다는 말로 상황을 종료시킨다. 살 수도 있는 환자를 포기하는 상황에 형석은 화를 내지만, 다른 의사들은 힘든 처치를 안 해도 돼서 내심 한숨을 돌린다. 사망한 이종분환자는 이미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았었고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그의 사망에 대해 문제를 삼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창진 환자의 경우는 얘기가 달랐다. 최병우 교수의 은사이기도 한 김창진 환자 역시 코드블루 상황에 놓였다. 여러 의사들이 시도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선고를 하려던 찰나. 최병우 교수가 나타나 개 흉 심장마사지까지 시도하지만 환자는 결국 사망한다. 문제는, 김창진 환자를 처치하는 상황을 지켜본 석호는 김창진 환자에게서 천공을 발견한다. 뭔가 찜찜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지만 섣부르게 나설 수 없는 인턴인지라 동아리 선배였던 차재욱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세 번째 마주하게 된 코드블루 상황. 당시 석호는 사망한 조향희 환자의 빠진 콧줄을 끼우던 상황이었다. 여러 번 시도를 했는데, 갑자기 환자가 호흡곤란 증상이 오더니 심정지가 되었다. 그 일 이후 석호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데 업무상 과실치사에는 조향희환자 건뿐 아니라 김창진 환자 사망 건의 책임까지 지워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편, 결혼기념일을 둘이서 보내고 싶은 부모의 바람 때문에 지수는 할아버지 댁에 머물게 된다. 지수가 할아버지 방에서 발견한 종이에는 사람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종분..김창진...더 보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급하게 치우는 바람에 보지 못했다. 심심하던 지수는 다시 할아버지 방에 몰래 들어가게 되고, 이름 옆에 숫자를 보며 무슨 뜻인지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고 발견한 이상한 장난감에 지수의 눈이 간다. 과연 이상한 장난감이 왜 할아버지 방에 있는 것일까? 사망한 환자들과 할아버지 방에 있던 이상한 장난감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얼마 전에 읽은 책은 내과 의사가 집필한 에세이였다. 당시 의사는 3번째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아무 감정 없이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 자신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인데, 아무런 감정의 요동 없이 업무로 치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가는 병원. 사람을 살리려고 일하는 의사. 너무 당연한 상황들이 책 속에서는 생경하게 보인다. 오히려 환자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듯한 기분 또한 떨칠 수 없었다. 심폐소생술을 안 해도 되는 상황 속에서 의사들이 보인 모습들은 어쩌면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가망 없는 환자에게 쏟을 시간을 다른 환자에게 쏟는 것. 그게 더 효율적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명에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그렇다면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인명구조원 등의 업무는 효율성의 잣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병원장 조원기가 벌인 일에 비하면 의사들의 이야기는 애교 정도로 보이겠지만... 어쩌면 그런 효율성이 또 다른 욕심을 만들어 내고, 그 욕심이 결국은 조원기 같은 괴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었을까?
씁쓸함이 가득한 채로 책을 덮을 뻔했지만, 저자의 말에 위로를 받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