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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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기관사라는 직업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전혀 모르고 지나갔을 직업 중 하나였을 텐데, 덕분에 흥미롭기도 하고 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직업의 세계를 맛보게 된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두 명이다. 처음에는 둘 다 선박기관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3등 선박기관사는 전소현, 뒤에 나온 이선우는 전소현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글로 엮어준 사람이었다. 책 안에는 전소현 기관사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24시간 등 센서 울음 때문에 힘들었던 엄마와 외할머니는 친가인 제주도 할머니에게 소현을 보낸다. 그렇게 울기만 하던 아이는 제주도 바닷소리를 들으면서 꿀잠을 잔다. 아마 그때부터 바다 위에서의 길이 시작된 것은 아닌가 싶다. 공부를 잘했던 그녀는 명문고인 상산고에 합격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은 순조롭지 않았다. 주위 친구들이 SKY 대 혹은 의대에 입학하는 상황 속에서 그녀의 선택은 해양대학교였다. 아버지의 추천으로 해양대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타고난 특유의 꾸준함으로 대학생활을 통해 선박기관사의 꿈을 키운다. 3학년 재학 당시 실습을 위해 한 회사의 배에 탑승하는데, 그곳에서 6개월간 배우며 좋은 기억을 받게 된다. 졸업 후 그녀의 선택은 배를 타는 것이었다. 사실 해양대학교를 나오고, 자격증을 취득해도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특히 해기사 3급 면허를 소지하면 공직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에, 해양대를 졸업한 상당수는 공무원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바다를 선택했다. 그녀가 바다를 선택한 이유는, 4년간 공부한 이론을 실제에 접목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 근무를 하면서, 책에서 배운 게 실제적으로 활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소현이 타고 있는 배에서 그녀는 홍일점이었다. 당시 3등 선박기관사 중 유일한 여자 합격자였고, 여전히 선박기관사라는 직업은 여성이 많지 않다. 업무적인 부분들에서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성보다는 남성이 유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홍일점 소현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고 한다. 자신이 어떻게 평가되느냐가 추후의 여성 선박기관사의 취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저자의 이야기가 놀라웠다. 글로만 봐도 쉽지 않은 여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40도가 넘는 배 안에서, 한번 출항하면 6개월은 배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생활, 인터넷은 수시로 끊어지고, 고립되어 있는 생활이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하는 일 중에는 라이트 작업이 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그녀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기에 공포와 맞서 싸우며 결국 그 일을 해낸다.

사실 그녀는 지금의 생활이 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때론 의대에 진학한 친구들의 소식이 들릴 때 한 번씩 속이 상하기도 한다. 때론 안 가본 길에 대한 동경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묵묵히 가고 있다. 꾸준히 책을 읽으며 자기계발을 하는 것을 물론, 롤 모델로 생각하는 여성 최초 기관장인 고해연 기관장을 보며 꿈을 꾸기도 한다. 남녀평등이라 하지만, 아직도 금녀의 직업이라 일컬을 수 있는 선박 기관사로의 삶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말이다. 책 속에는 급여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상대적으로 급여가 많다고 하지만, 급여 대신 포기해야 할 것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오늘도 바다로 향한다. 제목 그대로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말이다. 새로운 직업과 그 안에 얽힌 이야기들은 언제 들어도 신기하고 흥미롭다. 그녀 덕분에 또 새로운 직업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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